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쉼표> 광화문글판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꽃피기 전 봄산처럼/ 꽃 핀 봄산처럼/ 누군가의 가슴 울렁여 보았으면”

광화문의 명물, 광화문 글판에 내걸린 함민복 시인의 ‘마흔번째 봄’이란 시다. 하루 하루 부풀어오르는 5월의 산을 보면 무엇이든 꿈꿔도 좋을 듯하다. 교보생명의 광화문글판이 25년을 맞았다. 가로 20m, 세로 8m 대형 글판은 지난 1991년 내걸린 이후 시민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 희망을 전해오고 있다. 시에서 힙합까지 30자 글자의 힘은 컸다. 1997년 외환위기의 폭풍전야인 여름을 장식한 글은 “개미처럼 모아라 여름은 길지 않다”였다. 새천년을 앞둔 1999년 겨울편은 고은 시인의 ‘낯선 곳’과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을 발췌했다. “하루 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낡은 습관으로부터 떠나야 합니다. 모험심과 용기로 가득찬 청춘의 마음으로 새로운 천년의 낯선 곳을 향해 떠납시다”. 글판 중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사랑. “나무 그늘에 앉아/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모습은/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2004년 여름편,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 중에서), “사랑이여, 건배하자/ 추락하는 모든 것들과/꽃 피는 모든 것들을 위해 건배!(2008년 봄, 파블로 네루다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가’) 처럼 초라한 존재들에게 더 큰 관심과 사랑을 전하는 공동체나눔도 글판을 장식했다. 시 뿐 아니라 힙합도 있다. 2010년 여름편을 장식한 한줄, “너와 난 각자의 화분에서 살아가지만 햇빛을 함께 맞는다는 것!”은 키비의 힙합곡 ‘자취일기’의 한 대목이다. 일본의 100세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의 ‘약해지지 마’의 “있잖아, 힘들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도 큰 사랑을 받았다. 광화문 글판은 1991년 1월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의 제안으로 내걸렸다. 첫 메시지는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활력 다시 찾자”였다.


/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