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30년. 매 시간마다 요동치는 음원차트에 일희일비하는 가요계에서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긴 세월이다. 올해로 결성 30주년을 맞은 밴드 부활은 극심한 부침을 반복하는 한국 대중음악시장에서 오랜 세월 밴드로 제 목소리를 내며 대중성을 확보한 독보적인 존재이다. 그런 존재인 만큼 결성 30주년을 그냥 지나치는 것은 밴드와 팬 모두에게 예의가 아니었을 터이다.

무게 잡지 않아 즐거웠던 밤…부활 30주년 기념 콘서트

지난 16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부활 결성 30주년 기념 콘서트가 열렸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밴드답게 공연장에 모인 팬들은 한눈에도 넓은 연령대를 보여줬다. 이날 콘서트는 오후 3시와 7시 30분 2회에 걸쳐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매회 만석(3000석)에 가까운 관객들이 자리를 채우며 부활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가수 크리스 레오네(부활의 리더 김태원의 딸)의 오프닝 무대에 이어 등장한 부활은 ‘슬픈 사슴’ ‘회상2’ ‘인형의 부활’ ‘회상1’을 메들리로 들려주며 콘서트를 시작했다.

이번 콘서트의 특징은 결성 30주년이란 무게감을 뺀 즐거운 연출이었다. 부활은 다양한 연령층을 가진 관객들의 취향을 감안한 듯 ‘희야’ ‘비와 당신의 이야기’ ‘생각이나’ ‘네버 엔딩 스토리’ 등 철저하게 히트곡을 중심으로 선곡해 라이브로 들려줬다. 또한 김태원과 과거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 함께 출연했던 개그맨 이경규, 이윤석, 윤형빈과 tvn ‘코미디빅리그-불우한 명곡’에 출연 중인 개그맨 추대엽 등 다양한 게스트들은 마치 TV 예능 프로그램을 현장에서 시청하는 듯한 다채로운 무대를 만들었다. 가수 홍경민은 특유의 입심을 발휘해 관객들의 야광봉 호응을 유도하며 게스트답지 않은 무대 장악력을 보여줬다.

무게 잡지 않아 즐거웠던 밤…부활 30주년 기념 콘서트
밴드 부활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결성 3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열고 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가장 인상 깊은 무대는 지금까지 부활을 거쳐 간 보컬리스트들의 무대였다. 부활 3집 ‘기억상실’의 보컬리스트였던 고(故) 김재기의 동생이자 4집 ‘잡념에 관하여’ 활동 당시 보컬리스트였던 김재희가 무대에 올라 ‘무정블루스’와 ‘사랑할수록’을 선보였다. ‘무정블루스’는 김재희가 부활의 보컬리스트 오디션 당시 부른 곡이고, ‘사랑할수록’은 김재기가 부른 곡이어서 무대에 의미를 더했다. 7집 ‘컬러(Color)’의 보컬리스트였던 이성욱은 밴드 멤버들과 함께 어쿠스틱 세트로 무대에 올라 ‘안녕’ ‘론리 나잇’을 불러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부활의 창단 멤버이기도 한 가수 김종서는 밴드와 함께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스테어웨이 투 헤븐(Stairway to Heaven)’을 부른 뒤 자신의 대표곡 ‘아름다운 구속’을 선보여 공연장의 분위기를 달궜다.

지난해 부활로 영입된 새로운 보컬리스트 김동명은 역대 보컬리스트들의 음색을 두루 갖춘 목소리로 안정적인 라이브를 선보여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김동명은 지난해 부활에 합류해 처음으로 발표한 곡 ‘사랑하고 있다’를 비롯해 ‘희야’ ‘비와 당신의 이야기’ ‘네버 엔딩 스토리’ 등 밴드의 대표곡들을 라이브로 선보이며 공연장에 모인 팬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김태원은 “지난해 부활의 새로운 보컬로 김동명을 영입해 싱글 ‘사랑하고 있다’를 발표했는데 아무도 모른다. 김동명에겐 아직 히트곡이 없다”고 너스레를 떨며 응원을 당부했다.

한편, 부활은 올해 정규 14집 파트1을 내놓은 뒤 내년 가을에 파트2를 발표해 새로운 앨범을 완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