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면 지고 미치면 이기는 겁니다! 모두 뛰어!”
올해 첫 공식 무대에 나선 ‘국제가수’ 싸이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10㎞에 걸쳐 도심을 달려 여의도 공원으로 모여든 1만여 인파는 피로를 잊은 듯 강렬한 리듬에 몸을 맡겼다. 이들이 단체로 맞춰 입은 푸른 색 티셔츠는 현란한 조명 아래에서 푸른 물결을 이뤘다.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페스티벌 현장 분위기를 연출한 공원에는 강렬한 음악과 수많은 이들의 함성이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 찼다.
17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싸이가 참여하는 ‘이그나이트 서울’ 애프터 파티가 마련됐다.
‘이그나이트 서울’은 푸마가 ‘이그나이트’ 러닝화를 출시하면서 전 세계 10개 도시에서 벌이는 대규모 달리기 캠페인 ‘이그나이트 유어 시티’의 일환이다.
(주)헤럴드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푸마가 행사를 공동 주최하고 서울시가 후원했다. 그룹 엠아이비(M. I. B)의 강남, 배우 박하선, 모델 유승옥, 가수 장재인, 육상선수 여호수아, 축구선수 정대세ㆍ강수일 등이 함께 행사에 참여했다.
오후 5시 홍대 삼거리를 출발한 1만여 참가자들은 광흥창역, 서강대교를 거쳐 10㎞ 코스를 달려 여의도 공원에 도착했다. 코스를 완주한 후 기념 메달을 목에 건 참가자들은 싸이의 등장에 일제히 무대 앞으로 몰려들어 싸이를 맞았다. 싸이는 무대 첫 곡으로 ‘라잇 나우(Right Now)’와 ‘연예인’을 선보인 뒤 “살다보니 별별 수식어를 다 얻게 된 15년 차 딴따라”라는 말로 오랜만에 마주한 국내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남성과 여성 관객의 함성을 따로 유도하며 분위기를 띄운 싸이는 이어 ‘아버지’ ‘위 아 더 원(We Are The One)’ ‘예술이야’를 연달아 선보였다.
싸이는 쉼 없이 제자리에서 뛰며 함성을 지르는 관객들의 모습을 보며 “내 공연은 그냥 보기만 해도 귀가하면 지치는 공연인데, (10㎞를 달려와 공연을 보는) 여러분은 정말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며 감탄하기도 했다.
분위기는 마지막곡 ‘강남스타일’ 무대에서 절정에 달했다. ‘강남스타일’의 신시사이저 리프(반복 악절)가 스피커로 흘러나오자 ‘낙원’으로 차분하게 분위기를 정리했던 관객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싸이가 ‘강남스타일’의 상징인 안무 ‘말춤’을 선보이자 관객들은 일제히 함께 ‘말춤’을 추며 화답했다.
곡이 끝난 뒤에도 1만여 인파는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앙코르를 외쳤다. 앙코르 공연에 본 무대에 맞먹는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유명한 싸이는 못 이긴 듯 다시 무대에 등장해 이문세의 ‘붉은 노을’, 체리필터의 ‘낭만고양이’ 등을 메들리로 들려주며 한밤의 여의도 공원을 달궜다.
싸이는 “살면서 이렇게 ‘빡센(힘들다를 가리키는 은어)’ 관객은 처음 봤다”며 “여러분의 함성이 현재 작업 중인 신곡 작업에 보탬이 될 것 같다”며 ‘챔피언’과 이상은의 ‘언젠가는’을 마지막으로 무대에서 물러났다.
한편, 싸이는 최근 중화권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싸이는 3월 26일 중국 포털 QQ의 음원 사이트인 QQ뮤직에 ‘아버지’ 중국어 버전을 독점 공개해 차트 정상을 차지한 바 있다.
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