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작은 결혼식’변화 경향 뚜렷 요일 선택폭 넓고 값 저렴 평일결혼 늘어 불필요한 예물·예단 생략도 이제 일반화 결혼비용 줄여 내집마련 알뜰파 증가세 예식규모 작아져도 특급호텔 웨딩 여전

“부모님이 아닌 남편과 나를 위한 결혼식을 하고 싶었어요.”

지난해 7월 지방의 한 레스토랑에서 식을 올린 A(33) 씨는 친척과 친한친구 50명만을 초대한 작은 결혼식을 치렀다. 그는 “정말 나를 위하는 사람들과 함께 축하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며 “결혼식이 성대하다고해서 더 많은 축하를 받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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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예비부부들 사이에서는 ‘나를 위한 결혼식’을 올리려는 경향이 분명해지고 있다. 사진은 프라이빗한 하우스 웨딩. [사진제공=라움(RAUM)]

▶나를 위한 결혼식? 답은 ‘작은 결혼’=“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밥만 먹고가는 결혼식은 싫다.”

결혼하는 커플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요즘 예비부부들 사이에서는 A 씨처럼 ‘나를 위한 결혼식’을 올리려는 경향이 분명해지고 있다. 그래서 최근 결혼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주요 트렌드가 바로 ‘작은 결혼식’이다. 통상 100명 이하의 규모로 진행되는 작은 결혼식이 늘면서 1주일 중 ‘웨딩 공백기’로 분류되던 평일 결혼식의 건수는 증가했다. 주말예식과 비교해 지인만 초대하는 작은 결혼식은 상대적으로 요일 선택의 폭이 넓고 가격이 저렴하다.

실제 롯데호텔서울의 경우 지난 201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스마트 웨딩 패키지 프로모션’을 포함한 100명 이하 소규모 웨딩 건수는 2013년에는 전년대비 15%, 지난해에는 2013년 대비 10% 늘었다. 스마트 웨딩은 주중과 일요일 저녁에만 진행하며 최대 120명의 하객만을 초대가능한 스몰웨딩이다. 호텔 측은 “대규모 웨딩 대 소규모 웨딩비율이 7대3의 비율로 소규모 웨딩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별도의 연회장을 대여해 30명 단위의 초소형 웨딩을 문의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규모가 작아진다고 가격이 저렴한 것은 아니다. 웨딩업계 관계자들은 큰 결혼식과 작은 결혼식이 가격차는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강남 특급호텔 관계자는 “(소규모 웨딩은)200명에게 5만원씩 쓰는 비용을 100명에게 10만원씩 쓰는 개념”이라며 “웨딩의 규모가 작아졌다고 해서 드는 비용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오히려 본인이 원하는 식을 구현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이들도 많다. 스스로 발품을 팔며 결혼식의 ‘A부터 Z까지’ 챙기는 셀프웨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겉보기에는 소박하지만 비용은 결코 착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웨딩업계 관계자는 “연예인 이효리 씨에 이어 최근 김나영 씨가 진행한 셀프웨딩은 비용면에서 보자면 장소섭외부터 케이터링(음식)까지 만만치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작업”이라며 “오히려 돈이 더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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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럭셔리하거나 혹은 합리적이거나=비용면에서 최근의 웨딩트렌드는 크게 고가의 럭셔리 웨딩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웨딩으로 나뉜다. 한번 뿐인 웨딩을 좀 더 특별하게 기념하고자 과감하게 지갑을 여는 이들이 늘었는가 하면, 반대로 더 알뜰하고 합리적으로 식을 치르려는 트렌드 역시 뚜렷하다.

실제 지난 1월 삼성동의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15 VVIP 웨딩페어’는 하루동안에만 700명이 넘는 이들이 다녀가며 성황을 이뤘다. ‘럭셔리 페어’를 지향한 이날 웨딩페어는 드비어스, 발렉스트라, 마세라티, 케이트블랑 등 18개최고급 브랜드 업체들이 참석했다.

고가 웨딩에 대한 여전한 수요는 ‘비싼 결혼식’으로 여겨지는 특급호텔 웨딩 건수에서도 드러난다. 하객 1인당 평균 식대가 10만원을 웃도는 특급호텔 웨딩은 사실상 불황의 ‘무풍지대’다. 서울 강북권의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규모가 작아지고 특별한 결혼식을 원하는 커플들이 많아진 경향은 있지만 호텔 웨딩 수요는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장기 불황으로 인해 합리적인 웨딩에 대한 수요도 증가추세다. 이들은 결혼식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는 대신에 본인들이 원하는 부분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결혼비용을 줄이는 대신 내집마련에 집중하는 이들도 많다.

듀오웨드 정은혜 팀장은 “(불필요한)예물, 예단을 생략하는 것은 이제 일반화돼 있고, 한 신혼부부는 웨딩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대신에 신혼여행에 5000만원을 쓰는 경우도 봤다”며 “소득이 높은층에서는 럭셔리 웨딩이 이뤄지지만 평균적으로 봤을 때는 웨딩이 점차 합리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손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