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ㆍ강승연 기자] ‘성완종 리스트’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서산장학재단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제 2라운드에 본격 돌입했다. 주요 타깃은 2012년 대선자금과 고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의혹이다. 현재로서는 수사에 필요한 단서가 부족한 실정이지만, 성 전 회장과 정치권을 연결하는 핵심 증거가 발견될 경우 지난 2003년 때처럼 전방위적인 수사로 확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8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은 지난 15일 충남 서산시 해미면에 있는 서산장학재단에 수사관을 급파해 장학금 모금 내역, 재단 운영비 집행 내역을 비롯한 각종 회계 자료와 컴퓨터 파일 등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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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성 전 회장이 설립한 서산장학재단은 충남 지역에서 장학 사업을 비롯한 각종 교육ㆍ문화ㆍ복지사업 등을 벌여왔다. 검찰이 이 재단을 압수수색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서산장학재단이 성 전 회장의 정치 사조직이나 비자금 조성 통로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수사팀은 현재 압수물품을 정밀 분석하면서 성 전 회장이 비자금을 세탁했는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유력 정치인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지원한 의혹을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특히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과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등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친박 3인방’과 성 전 회장과의 연결고리 찾기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춘ㆍ허태열 전 비서실장과는 달리 이들 3인방은 정치자금법에 대한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서산장학재단의 내부 회계자료에서 결정적 단서가 발견될 경우 참여정부의 ‘SK 비자금 사건’ 때처럼 전방위적인 정치권 비리 수사로 이어질 공산도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2003년 SK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압수한 회계장부에서 대기업들의 불법 대선자금의 단초를 발견하고 대대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년 가까운 수사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과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현역 의원들을 줄줄이 구속한 바 있다.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팀에 파견됐던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이번 의혹과 관련 특별수사팀장으로 부임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2003년과 달리 이번 수사가 현실적으로 더 어려운 수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뇌물 공여자가 사망한데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를 제외하면 뚜렷한 단서나 증거도 없이 성 전 회장의 메모 기록과 언론 인터뷰 녹취록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남기업 비밀장부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지는 등 대기업으로부터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단서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새누리당 대선 회계자료나 당시 캠프 관계자 진술 등에 의존해야 하는 작업도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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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규모 등을 감안하면 리스트에 적힌 금액이 실질적으로 (성 전 회장이) 마련할 수 있는 최대치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수사팀은 2007년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의혹과 관련 법무부에 당시 사면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자료가 도착하는 대로 당시 참여정부 실세나 이명박 정부 인수위 관계자 등을 상대로 로비가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현재까지 개연성은 높지 않지만 성 전 회장의 비자금과 특별사면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들여다 볼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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