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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리 미 국무 방한> 케리, 中에 ‘프레너미’ 확고한 시그널…AIIB 환영-남중국해 압박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한국을 방문 중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앞서 찾은 중국에서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구사하는 전략을 펼쳤다.

케리 장관은 중국이 정치ㆍ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관련해선 중국의 손을 들어줬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과 마찰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압박에 무게를 뒀다.

이에 중국측은 남중국해 문제는 ‘영토 주권’에 해당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과 중국의 신형대국관계 추구가 엇갈리는 가운데, 21세기 세계패권을 놓고 협력하면서도 경쟁하는 미ㆍ중 양국 간 ‘프레너미(frenemy:friend와 enemy 합성어)’ 현상이 고스란히 드러난 장면이었다.

케리 장관은 카운트파트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AIIB를 존중한다”며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프라 투자에 대한 절실한 수요가 있다. 미국은 AIIB를 포함한 새로운 다자기구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많은 오해가 있어 이를 해명하려 한다”며 영국이 AIIB 가입 결정을 내리자 미국 내에서 영국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AIIB에 부정적이었던 미국의 입장을 적극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이 급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AIIB 설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미국의 상당수 우방국들이 참여를 선언한 상황에서 AIIB를 인정하되 다자간 의사결정 구조, 안전장치 확보 등 국제기준을 충족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케리 장관은 중국이 인공섬에 군용기와 군함을 배치하려는 등 남중국해 패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압박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이뤄지는 중국의 인공섬 건설을 우려한다”며 “중국 측에 긴장완화와 외교적 신뢰를 증진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이에 대해 “난사(南沙)군도와 주변 도서에서 이뤄지는 인공섬 건설은 완전히 중국 주권 범위 내의 일”이라며 “인민들의 요구이자 합법적인 권리”라고 맞받아쳤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케리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양국 관계의 전체적인 방향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적절한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며 원론적 언급만을 한 채 미국이 중국의 지역 내 주도권을 인정할 것을 목표로 하는 미ㆍ중 신형대국관계를 거론하며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 모두를 감싸 안을 만큼 충분히 넓다”고 했다.

중국이 미국의 AIIB 설립 지지는 이끌어내면서도 자신들의 정치적ㆍ군사적 이익과 직결되는 남중국해 문제에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는 점에서 케리 장관의 뒷맛이 씁쓸할 것으로 보인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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