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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의 군것질’ 핫도그, 세대를 잇는다
-향수 가진 30~40대 중심으로 가정용 간식으로 자리잡아


[헤럴드경제] 방과 후 학교 앞 떡볶이집은 항상 문전성시를 이뤘다. 1970년대와 1980년대 비디오플레이어가 흔치 않던시절, 아이들이 ‘주윤발’(저우룬파) 주연의 영웅본색과 심형래 주연의 우뢰매를 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성지’와도 같았다.

메뉴는 간단하다. 요즘 얘기하는 밀떡(밀가루떡볶이)이 메인 메뉴이다. 당시만해도 쌀로 떡볶이를 만든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오뎅(어묵) 한 조각이라도 더 얹어줬으면 하는 바람에 시선은 줄곧 아주머니의 손에 고정된다.

그리고 기름에 튀겨 낸 직사각형 모양의 쥐치포는 맛은 좋은데, 너무 빨리 먹게 돼 언제나 아쉬움을 남긴다. 일부러조각을 작게 해 아껴 먹다보면 손에 온통 기름칠을 하고 만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것이 핫도그. 나무젓가락을 반쪽 낸 막대기에 앙증스럽게도 조그만 소시지를 끼우고 밀가루를 여러겹 입혀 튀긴 것.

길게 가른 빵 사이에 야채와 소시지를 끼워 만드는 전통적인 미국식 핫도그와 구분해 ‘콘도그(Corn dog)’로 부르기도 하지만 한국에선 구분하지 않고 그냥 핫도그로 부른다.

맨 처음 핫도그를 먹었을 때 소시지의 크기에 적잖이 실망을 했던 기억이 아련하다. 나중에는 소시지를 먹기 위해 밀가루 옷을 조심스럽게 앞니로 벗겨 먹었던 경험도 어스르페 떠오른다.

뭐니뭐니해도 핫도그는 설탕가루로 범벅을 해서 그 위에 케첩을 뿌려먹어야 제맛이다. 또래 중에는 케첩이랑 설탕만 핥아 먹고 다시 케첩을 뿌려 먹는 녀석도 없지 않았다.

이런 핫도그가 국내 소개된 건 한국전쟁 이후로 알려져 있다.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소시지를 이용해 밀가루를 입혀 튀겨 먹었던 것이 효시라고 본다. 부대찌개의 시작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소시지는 귀한 음식이어서 가정에서 따로 사먹을 수 있는 친구들을 손에 꼽을 정도였다.그나마 학교 앞에서 맛보는 주사위 크기만한 소시지 덩어리가 유일했다.

그러다가 1980년대 말 식품업체가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프랑크 소시지와 냉동 핫도그를 대량 생산하면서 프라이팬에 구워 먹거나 밥통을 이용해 쪄 먹을 수 있는 가정용 간식으로 출시되기 시작했다.

당시 핫도그에 대한 향수를 가진 30~40대들이 주 소비계층으로 성장했기 때문인지 가정으로 들어온 핫도그 시장은매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가정용 핫도그 시장은 2012년 287억, 2013년 311억, 2014년 319억으로 성장하고 있다.

돼지고기 함량이 높은 프리미엄 핫도그까지 출시되면서 길거리에서 시작된 핫도그가 가정의 고급 간식으로 변신하고 있다.

최근에는 무첨가 컨셉(concept)에 고급스런 풍미를 더한 핫도그가 유행이다. 밀가루 반죽에 물 대신 우유를 넣어 더욱 부드럽고 폭신한 식감이 난다.

핫도그 형태도 전통적인 길죽한 모양에서 작고 간편한 형태로 집어먹을 수 있는 핫도그 제품도 출시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출시되는 핫도그 제품들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꾸준히 변신해 길거리 음식의 티를 벗고 가정의 고급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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