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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대폰 요금은 왜 “그나물에 그밥일까?”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이동전화간 음성ㆍ문자 무제한 무료, 데이터는 300MB에 2만9900원 입니다”

지난 주 KT가 발표한 새 요금제와 관련, 114에 문의했을 때 받는 대답이다. 그리고 1주일 후 발표된 LG유플러스와 관련, 이 회사 콜센터에 문의해도 정확히 똑같은 대답을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앞으로 나올 SK텔레콤의 새 요금제 역시, KTㆍLG유플러스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내에는 3개의 큰 이동통신 회사가 있다. 이 중 50%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SK텔레콤은 법적으로 정부의 사전 심사를 받고 요금제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특정 사업자가, 시장 점유율의 힘을 바탕으로 통신 서비스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문제는 이런 관행과 제도가 이통 3사의 ‘그 나물의 그 밥’ 요금제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 사업자가 새 요금제를 내면, 상대방은 시장 방어적 입장에서 이를 검토하고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단 비슷한 구조, 가격의 요금제로 대응하면 최소한 손해는 안본다는 ‘안전장치’다.

LG유플러스가 지난해 월 8만원에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놓자마자, 8만원을 기준으로 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쏟아져 나온 것, 또 사업자간 데이터=최정호 기자/ 단위당 요금 수준이 사실상 동일한 것 모두 마찬가지 이유다. 선두 사업자, 후발 사업자 할 것 없이, 최소한 손해는 안보겠다는 ‘방어적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동통신 서비스의 핵심인 통화 품질에서 3사간 큰 차이가 없는 점도 한 몫 한다. 미래부의 조사에 따르면 이통 3사의 음성통화, 그리고 데이터 품질은 유의미한 차별성이 없었다. 특히 LTE 시대로 접어들며 선후발 사업자의 품질 차이는 더욱 좁혀진 모습이다. 그러다보니 과거처럼, 상대적으로 망 품질이 떨어지는 후발사업자가 상대적으로 이를 보충하기 위해 조금 더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을 필요도 없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에서는 제3 사업자가 공격적인 요금제로 치고오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고, 우리 정치권에서는 이를 요금인하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제 3 사업자의 부실한 네트워크를 값 싼 요금제와 파격적인 보조금으로 만회하려는 마케팅 전략이 숨어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LTE에 대한 품질 투자가 마무리되고 5G 투자까지는 아직 2~3년이 남은 현 상황, 그리고 더 이상 시장이 성장이 아닌 안정기에 접어든 점 등 모든 여건이 통신사로하여금 방어적, 보수적 경영을 할 수 밖에 없는 요소”라며 “정책, 정치적 압력으로 일괄적인 요금인하를 이루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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