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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학 축제 한켠에 시민단체
[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지난 14일 축제가 한창인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는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장터를 열었다. 학교 축제 음식 중에서도 맛있기로 소문난 이곳에는 학생들이 길게 늘어서서 떡볶이, 순대 등을 사먹고, 소주와 막걸리를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눴다.

일부 학생들은 캠퍼스에서 시민단체가 ‘국보법 폐지’ 등의 구호가 담긴 깃발을 걸고 활동하는 데 불편한 시선을 숨기지 않았다. “축제에서 왜 정치적 선동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최근 서울대학교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왜 이런 단체들이 학교에서 활동하도록 학생회가 용인하는 것이냐”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반면 축제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연대의 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다. 민가협 장터는 매해 서울대에서 열리는 학생과 사회단체 간 연대장소로, 1980년대 중반에 등장해 학과 운영비와 민주화운동 기금 마련 등을 위해 운영돼 왔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이정림(22ㆍ지구과학교육과) 씨는 “선배들로부터 장터는 사회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고, 연대라는 목적으로 시작됐다고 배웠다”며 “기금을 모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마련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논쟁은 비단 서울대에서만 벌어진 게 아니다. 최근 연세대학교 커뮤니티 ‘세연넷’에서는 한 학생이 송도 캠퍼스에서 민주노총이 활동하는 것에 대해 비난하며 “청소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과 신입생들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캠퍼스가 정치색으로 물드는 데 대해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대학 축제는 갈수록 연성화ㆍ상업화 되는 경향이다. 지난 4월 동국대학교 학보 동대신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54%의 학생들이 대학축제 개최 이유에 대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라고 꼽았다. 축제 프로그램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8%는 ‘과에서 여는 주점’이라고 답했고, 35%는 ‘연예인의 무대’를 선택했다. 대동제(크게 하나로 화합하는 축제)라는 거창한 의미보다는 그저 그간 학업과 취업준비로 받았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장이 되면 그만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축제 때 일부 여학생들이 선정적인 옷차림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해 건국대 가을 축제에서는 여학생들이 핫팬츠에 망사스타킹을 신고 호객 행위를 하다 비난을 받은 바 있으며, 숙명여대의 경우 인터넷상의 주점 홍보 포스터에 지나치게 선정적인 문구를 포함해 학생회가 옷차림 등을 규제하기도 했다.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은 “대학생들이 개인화되면서 축제가 일상화되지 못하고 축제 기간에만 일시적으로 관계가 만들어졌다가 흩어지는 모양새지만 주점을 열기 위해 물건을 대여하고, 회계를 짜는 등 간접적으로 조직화를 배우기도 한다”며 “축제가 새로운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자신들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단점을 개선하는 과정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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