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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해지고 싶거든 설계를 하라
행복은 과학…집처럼 설계하기 나름
행·불행 결정 요소는 관심과 주의
행동습관·환경 설계로 얼마든지 가능
회사 인지도·연봉·복지 등보다
상사·동료·성취감이 직장행복 좌우



2013년 OECD 36개 회원국 중 27위, 2014년 34개국 중 33위. 우리나라 국민행복지수의 현주소다. 꼴지 수준이다. 수많은 책을 통한 행복수업과 힐링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행복은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이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행복은 행복을 의식적으로 자꾸 생각할수록 멀어지는 건 아닐까. 지금까지 행복은 마음가짐에 달렸다고 여겨져왔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현실에 만족하고 마음을 비우면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런던정치경제대 폴 돌런 교수의 행복론은 좀 다르다. ‘행복 거장’이란 별명이 붙은 돌런 교수는 행복은 과학이라고 말한다. 마치 집을 설계하듯 행복도 설계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돌런 교수는 ‘행복은 어떻게 설계되는가’(와이즈베리)를 통해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행복의 설계과정, 행복의 최적화론을 다양한 실험을 바탕으로 전개시켜 나간다.

돌런 교수에 따르면,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는 것은 관심과 주의다. 돈, 결혼, 성별, 몸무게, 집 평수, 말더듬증 등 똑같은 삶의 요소를 갖고 있더라도 행복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그것에 얼마나 주의를 기울이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행복한 방향으로 주의를 전환할 수 있는 행동습관 및 환경을 설계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한 예로 로스 경영대학원 석박사 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의와 행복의 상관성을 탐색한 실험을 보면, 자동차 가격에 주의를 기울였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드라이브의 즐거움이 달랐다. 자동차 가격을 생각한 다음 그 차를 몰았을 때 느끼는 즐거움 정도를 평가했을 때 학생들은 매우 즐겁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같은 차를 두고 가격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번 드라이브 경험에서 얼마만큼 즐거움을 느꼈는지 묻자 즐거움 수치는 급격히 떨어졌다.

돌런은 “좋은 자동차일수록 그것을 운전하는 생각을 하면 더욱더 즐거워진다. 하지만 실제로 차를 모는 경험은 아주 달라서 운전을 할 때는 차 자체에 대해 잘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드라이브할 때 경험을 구성하는 것은 교통체증, 옆사람과의 대화, 머릿속 고민거리 등이다. 이는 직장 만족도에도 적용가능하다. 회사 인지도, 연봉, 복지 등이 업무 만족도를 좌우할 것으로 여기지만 직장행복도의 질은 사실상 상사나 동료들과의 관계, 업무를 통해 얻는 자신감 및 목적의식 등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더 행복한 방향으로 주의 집중하도록 습관과 환경을 설계할 수 있을까. 돌런 교수는 ‘행복 자동화’시스템을 제시한다. 이 시스템은 예비 작업, 기본 설정, 약속, 규범으로 구성된다. 이는 리처드 탈러의 ’넛지‘처럼 정황을 고려해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가령 독서량 늘리기가 목표라면, 우선 집안의 모든 방에 책을 가져다 놓는 ‘예비작업’을 해서 언제든 책에 손이 가도록 한다. 인터넷 메인화면은 서평 웹사이트로 설정해 일상의 시작이 ‘독서’와 연계되도록 ‘기본설정’을 한다. 그리고 친구와 도서관에 갈 ‘약속’을 잡는 식으로 독서에 관심이 있음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친목활동을 독서와 관련된 것으로 유도한다. 책을 읽고 비평하는 페이스북 모임에 가입해 활동함으로써 독서를 일종의 ‘사회규범화’해 게으름이나 싫증이 끼어들 여지를 막는 것이다.

이는 습관과 주변을 설계함으로써 원하는 행동을 자동화시키는 원리이기도 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무의식이다. 행복과 관련된 주의는 저자에 따르면 무의식적 행동들이다. 마음가짐과 의지를 다지는 기존의 행동 변화 및 행복 추구 방법과는 달리 인간의 자연스러운 정서와 행동에 근거하기 때문에 이런 방법은 시도하기 쉽고 결과도 더 만족스러운 경우가 많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금연, 다이어트, 미루는 습관 고치기, 봉사활동, 취미활동, 집안일, 업무 등 일상 곳곳에서 실천하고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플랜을 행동과학적 관점에서 소개한다.

돌런 교수의 행복 최적화론은 경제학에 바탕하고 있다. 수확체감의 법칙이 바로 그것. 저자는 행복을 시간 경과에 따라 즐거움(좋아하는 TV프로그램 시청, 취미활동 등)과 목적의식(업무 완수, 봉사활동 등)을 경험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즐거움-목적의식 원칙(plesure-purpose principle, ppp)이다. 즉 개개인의 성향과 환경에 맞게 즐거움과 목적의식 간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행복의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가령 목적의식을 추구하는 활동인 업무로 자신을 너무 혹사했다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등 즐거움의 경험을 회복할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런 방식을 사용하면 주의력이라는 자원이 고갈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책의 의외성은 틱낫한 스님이 일관되게 설파해온 마음챙김 명상훈련을 행복을 위한 행동으로 제시한 데 있다. 그러나 따지고보면 의식의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은 인지행동론과 맥락을 같이한다. 결론적으로 돌런의 행복론을 요약하면 최대의 행복은 대상에 대한 관심, 집중이랄 주의를 최적으로 할당하는 사람에게 주어진다.

이윤미 기자/m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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