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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의 남자(왕상한 지음, 은행나무)=‘
남자의 로망은 서재’라고 한다.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건 나이들수록 더 간절해진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남자의 외로움, 약함, 서러움을 ’한 평‘ 속에 털어놨다. 나름 사회적 성공을 거뒀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저자는 집에서는 왕따, 사회에서는 ‘386 꼰대’로 밀리며 설 자리를 잃어가는 소회와 설움을 직장과 가정, 사회를 아우르며 다각도에서 풀어냈다. 이미 아빠가 비어있는 삶에 익숙해져 불편한 존재가 되고 직장에선 젊은 친구들과 어울리는 자리에서는 교감은 커녕 한시라도 빨리 자리를 피해줘야 ‘눈치 없다’는 얘길 겨우 면하게 된다. 저자는 이런 주눅 든 중년들에게 용기를 내자고 말한다. ’소시바라기‘여도 괜찮으니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자신의 열정을 만나는 일에 주저하지 말자고, 조르바 같이 ’내 영혼의 산투리‘를 계속 연주하자고 말한다. 일상을 바라보는 냉철한 시선과 유머가 어우러져 공감이 크다.

복잡한 세계 숨겨진 패턴(닐 존슨 지음, 한국복잡계학회 옮김, 바다출판사)=인류 미래를 밝혀줄 과학적 도구로 얘기되는 복잡성 이론을 알기 쉽게 풀이했다. 물리학, 경제학은 물론 교통체증, 주식시장 붕괴, 테러 등 폭넓게 응용되고 있는 복잡성 이론을 ‘복잡성 전문가’ 물리학자 닐 존슨이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복잡성과학은 “상호작용하는 개체들의 집합에서 창발하는 현상에 대한 연구”다. 구성요소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사물을 잘게 쪼개는 대신 비교적 간단한 구성요소들이 모인 집합체에서 어떤 새로운 현상들이 일어나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패턴을 읽어내는 것이다. 교통 혼잡을 덜려면 적절한 우회도로를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왜 완벽한 주가예측모델은 불가능한지, 전쟁의 거듭 제곱 법칙이란 무엇인지, 암을 고사시키려는 새로운 치료법의 원리는 무엇인지 다양한 응용사례를 들려준다.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이장욱 지음, 문학과지성사)=‘고백의 제왕’ 이후 5년만에 묶어낸 이번 소설집은 확신 너머의 진실과 포착하기 어려운 삶의 틈에 주목한다. 이장욱의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을 법하지만 어디에도 없다. ‘절반 이상의 하루오’에서 외할아머니가 미국인이었던 오키나와 출신의 하루오는 일본인이지만 뭔가 외모가 이상한 가장자리 일본인에 속한다. 왕따에 개인적 불행이 겹치면서 그는 자살여행을 떠난다. 부산 뒷골목 게스트하우스에서 깊은 잠을 자고 난 다음날 거리에 나선 하루오는 기묘한 일을 경험한다. “혹시 도를 믿으시나요?”고 말하는 젊은 여자를 바라보며 하루오는 빙긋 웃고 여자도 그를 따라 빙긋 웃고 만다. 그가 아는 언어가 아닌데 이건 뭘까, 그러고 나자 기이하게 죽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그건 나라는 존재가 5센티미터쯤 다른 세계로 옮겨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미끄러짐을 통해 드러난 세계의 틈이 독특한 삶의 질감을 느끼게 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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