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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생판 ‘남’을 후계자로 찜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속내는?
[코리아헤럴드=슈퍼리치섹션 김지현 도쿄특파원] 최근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내정됐다. 일본 사람도, 손 회장의 직계가족도 아닌 인도계 경영인 니케시 아로라(Nikesh Arora) 부회장이 소프트뱅크를 이끌게 된다.

지난 11일 열린 소프트뱅크 3월 결산 기자회견에서 손 회장은 구글 출신 아로라를 최고경영자(CEO)에 임명했다고 밝히면서 향후 소프트뱅크를 이끌어나갈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아로라 부회장의 취임은 6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손 회장은 물러나지만 이사회 의장 직위는 유지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과연 자신은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세계인”이라고 말한 손 회장 다운 선택이었다.

작년 가을에 영입된 아로라는 소프트뱅크가 인도 최대의 온라인 쇼핑웹사이트 스냅딜(Snapdeal)의 지분을 사들이는 데 큰 공을 세우는 등 손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런 그가 7월 1일부로 소프트뱅크그룹이라는 새로운 사명으로 바뀌는 소프트뱅크의 실질적인 경영자로 거듭나게 된다.

부상하는 인도경제를 볼 때 인도인 사장은 여러모로 소프트뱅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게다가 손 회장은 향후 소프트뱅크를 제대로 된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큰 포부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그는 기자회견 내내 “소프트뱅크의 제 2 스테이지”라는 말을 총 10번 가까이 반복할 정도로 새로운 소프트뱅크를 위한 변화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4년도 5년 연속 사상최대 순익을 올렸지만 향후 순익에 대해서는 예측불가라는 이유로 그 어떠한 전망을 내놓지 않았다. 

니케시 아로라 부회장

그럼에도 외국인을 일본 제 3대 상장기업의 대표로 앉히는 일은 쉽지만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생판 남에게, 그것도 물려받은 가업도 아닌 맨손으로 일구어낸 사업을 통째로 맡기려 하는 것이다.

게다가 손 회장이 자식이 없는 것도 아니며, 세계적인 모바일 게임업체를 운영하는 남동생도 있다.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어렵다면 피를 나눈 형제, 그것도 비슷한 업종에 종사하는 형제가 있는데도 손 회장은 다른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그런 파격적인 행보에 대해 일본 언론은 침묵을 지킬 뿐이다. 소프트뱅크 후계자로 아로라가 지명되었다는 사실과 손회장의 향후 비즈니스 계획은 일제히 보도했지만, 왜 손회장이 굳이 외부에서 인물을 뽑아다 사장에 앉히려 하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손 회장의 비전에 동의하거나, 일본 문화 특유의 조심성 등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소프트뱅크가 지금까지 알리바바(Alibaba)의 지분과 스프린트(Sprint)등의 기업인수 등 큰 모험들을 감행했고, 이제는 뿌린 대로 거둬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점이다. .

그렇기 때문에 최고의 전문가를 섭외해야만 했고, 지난 10년간 눈 여겨 봐온 아로라 부회장이라면 소프트뱅크의 미래를 맡길 수 있으리라고 손 회장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자식에게 가업을 물려주는 관습은 물론 일본에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일정한 자격을 갖춘 직계후손에게 사업을 맡기는 것이 손가락질 당할만한 일도 아니며 오히려 성공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미래를 담보로 해 경영권을 넘길 수만은 없는 것 또한 오늘날 기업들이 처한 냉정한 현실이다.


jemmi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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