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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열의 속시원한 건강]졸았다고 숙청?…자도 자도 조는 당신, 혹시 기면증?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최근 북한의 군부서열 2인자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회의 중 졸았다’는 불경죄로 숙청되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따뜻하고 나른한 봄날에 졸음이 쏟아지는 것은 우리 신체가 추운 겨울철을 이겨내고 띠뜻한 봄날로의 기온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시도 때도없이 졸음이 오고 잠을 많이 잤는데도 계속 잠이 쏟아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경우는 단순히 ‘잠이 많다’는 것을 뛰어넘어 ‘기면증’이라는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2012년 한 해 동안 ‘기면증’으로 진료 받은 사람은 2356명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1480명으로 여성 876명보다 604명 많았고 연령별로는 20대가 770명으로 1위였다. 10대(634명)와 30대(507명)가 그 뒤를 이었다. 환자수는 특히 최근 증거하는 추세이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뇌신경센터 주민경 교수는 “기면증은 전 연령대에서 발생하지만 주요 증상이 대개 10대 중후반에 처음 나타나기 때문에 20대, 10대 환자가 많다”며 “성별로는 크게 차이가 없고 유병률은 0.002~0.18%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사진출처=123RF]

‘기면증’은 중추신경계에 문제가 생겨 ‘자고 깨야 할 때’가 제대로 조절되지 못하는 질환이다. 마비와 혼수를 뜻하는 그리스어 ‘narke’와 발작의 ‘lepsis’의 합성어(Narcolepsie)로, 프랑스인 약사 젤리노가 1880년 처음 사용했다. 이후 의사들은 1979년 기면증을 수면질환으로 진단내리고 특발중추성과다수면과 함께 과다졸림 질환으로 분류했다. 또 1차 국제기면증심포지엄에서는 기면증을 ‘과다한 주간 졸림과 렘수면의 비정상적인 형태로 구성된 하나의 증후군’으로 정의했다. 우리나라는 발작성 수면 및 탈력발작(G47.4)으로 등록하고 2009년 5월부터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희귀난치성질환의 치료와 지원을 돕는 헬프라인에 의하면 국내 기면증 환자수는 8만여명 정도다.

지금까지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지만 수면과 각성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히포크레틴(hypocretin-1) 분비가 뇌의 시상하부에서 제대로 되지 않는 등으로 추정된다. 뇌졸중, 뇌종양처럼 뇌에 이상이 생긴 뇌질환자나 자기면역질환자, 사고로 인해 두부외상을 입은 내외과 질환자도 생길 수 있다. 기면증의 가장 큰 증상은 낮에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잠이 오거나 졸리지 않을 때도 각성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졸리고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아 환자 대부분이 만성피로를 호소한다.

그렇다고 해서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낮 시간 동안 잠이 오는 증상을 기면증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이런 경우 자고 일어나면 개운하고 또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잠을 못자 피곤한 것과 유전자로 인해 생기는 원인도 차이가 있다.

참을 수 없는 잠은 환자의 삶의 질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많은 사람들이 학업이나 업무 효율이 저하되고 자신감 결여로 대인관계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운전 중 잠이 들어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모든 생활을 포기하고 집에서만 생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질환에 대해 많이 알려졌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도 신기해하거나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또 ‘왜 나에게만 이런 질병이 생겼는지’ 자책하다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흔하다. 특히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으면 더하다. 뇌신경질환 또는 호르몬과 관련한 약제인 탓에 개인에 따라서는 두통 외에도 경련, 불면증과 같은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웃거나 화를 낼 때, 농담을 주고받을 때처럼 감정변화가 있을 경우 얼굴이나 무릎, 다리근육, 몸 전체에 힘이 빠져 주저앉는 증상이 수초에서 길게는 30분까지 생기기도 한다. 이것을 ‘탈력발작’이라고 하는데 기면증 환자의 10명 중 6명이 경험한다. 한 조사발표에 따르면 탈력발작이 없는 환자는 증상을 처음 경험하고 진단받기까지 8년의 시간이 걸렸다.

꿈을 많이 꾸고 자다가 팔, 다리를 꿈틀대거나 기도가 좁아져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과 꿈꾸는 그대로 신체가 따라하는 렘수면 행동장애도 흔하다. 기면증의 대표적인 검사는 ‘수면다윈검사’가 있다. 코골이나 무호흡증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받는 검사로도 유명한 수면다윈검사는 자는 동안 발생하는 뇌파와 눈의 움직임을 살피는 안전도, 근육의 긴장도를 따져보는 근전도, 수면 중 발생하는 부정맥을 위한 심전도, 동맥혈, 산소포화도, 호흡운동, 호흡기류, 자세까지도 측정한다. 

또 이 검사를 통해 얼마 후 렘수면에 빠지는지와 같은 수면 패턴과 각성의 양상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수면다윈검사가 야간수면을 대상으로 한다면 ‘다중수면잠복기검사’는 주간졸림증을 알아보는 검사다. 정기적인 시간을 두고 낮잠을 청해 평균수면잠복기와 렘수면의 출현여부를 따진다. 주민경 교수는 “기면증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 실질적으로 일부 환자 중에는 편안한 마음가짐을 갖고 스트레스를 줄인 후 졸리거나 각성 증상이 준 경우가 많다. 희귀난치성질환이지만 에이즈나 암처럼 관리만 잘하면 정상인과 같은 삶을 살 수 있어 만성질환으로 봐도 무관하다”고 말했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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