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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의 재구성> “XX캐피탈 입니다”전화받고…보이스피싱 직감
“나도 동종업계서 일했다” 연기…일단 상대방 안심시킨후 수사착수
일산서 김진성형사 일당 7명검거


“그렇게 사기쳐서 밥 먹고 살겠어? 프로답게 하라고 프로답게!”

지난 2월 중순, 경기도 일산경찰서 보이스피싱수사팀 소속 김진성(38ㆍ사진) 형사는 “xx캐피탈 000입니다”라며 휴대폰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했다.

수화기 너머의 상대방은 목소리만 들어도 보이스피싱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범죄자였다. 


김 형사는 즉각 “중국이야? 필리핀이야?” 라고 물었고, “필리핀이요, 어떻게 아셨어요?”라고 묻는 상대방에게 “나도 필리핀에서 일하다 왔다”며 연기대상급 연기를 시작했다.

범죄자는 김 형사를 동종업계 종사자라고 생각하고 “아, 여기 너무 더워요”라며 안심했다.

김 형사는 이 때를 놓치지 않고 탐문 수사에 들어갔다. 김 형사는 “필리핀은 망고가 맛있는데…. 20% 떼가느냐”고 물었고 “13% 떼간다”는 범죄자에게 “완전 도둑x들이구만, 13%밖에 안줘”라고 말하며 보이스피싱 총책과 조직원을 이간질하는 지략을 발휘했다.

범죄자는 “어디 다른 데 아는 곳 있으세요?”라며 김 형사에 대한 경계심을 완전히 풀었다.

문제는 사흘 후 발생했다. 이 범죄자는 김 형사에게 또 다시 전화를 걸어 “xx캐피탈 입니다”라며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를 알아들은 김 형사는 이 때를 놓치지 않고 “너 혹시 지난 번 마닐라에서 전화한 애 아니냐”며 조직의 총책 이름 등을 물어보며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며칠 후 김 형사는 조직을 파악하고 공범을 잡고자, 다른 상담원에게 전화를 걸어 “자금이 필요해 대출을 해달라”고 말했고, 이 상담원은 “휴대폰을 개통해서 보내면 대출을 해주겠다”고 말했다.

이후 김 형사는 퀵서비스로 휴대폰을 받으러 온 배달원을 붙잡은 후 공범을 잡기 위해 다시 전화를 걸어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어쩌냐”며 수사를 이어가 보이스피싱 일당 7명을 적발해 검거했다. 김 형사는 “다양한 보이스피싱 범죄를 접하다보니 대화 몇 번을 하다보면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할 수 있다”며 “이번 범죄의 경우 관련 전과는 없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된 범죄자였다”고 말했다.

김 형사는 “보이스피싱 수사는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해야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에서 피해자에게 연락을 취해 연결해주는 게 중요한데 금융기관의 협조가 잘 안되는 부분이 많아 아쉽다”며 “어떤 경우에도 금융기관에서 전화상으로 대출을 하는 경우는 없으니 그런 부분에 속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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