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완구 14일 檢출석] ‘닮은꼴’ 한명숙 前총리 사건 비교해보니…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연루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10시 검찰에 사실상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기로 하면서 한명숙 전 총리의 ‘5만달러 수수 사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재임시절인 지난 2006년 12월 총리공관에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미화 5만달러를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됐지만, 1ㆍ2심은 물론 대법원에서도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때문에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은 뇌물 공여자가 살아있었음에도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지 못했던 한 전 총리 사건과 기타 유사 판례를 상세 분석하며 이 전 총리를 상대할 ‘필승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헤럴드경제DB]

▶‘공여자 사망’ 李 vs ‘공여자 진술 번복’ 韓=두 총리 사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뇌물 공여자의 생사 여부다.

2013년 4월 4일 재보궐 선거를 준비하고 있던 이 전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소를 찾아가 3000만원을 줬다는 의혹을 받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사망해 더이상 입을 열 수 없다. 그의 주장을 입증할 유일한 증거는 경향신문 인터뷰 녹취록과 유력 정관계 인사 8명의 이름이 담긴 메모지뿐이다.

한 전 총리 사건의 경우 공여자가 살아있긴 했지만 그를 유죄로 몰고가기 힘든 한계가 있었다. 공여자인 곽 전 사장의 진술이 수사단계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번복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곽 전 사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한명숙에게 10만달러를 줬다”, “검사님이 무서워서 10만달러를 줬다고 했는데 사실이 아니다”며 말을 바꿨다. 구속된 이후엔 “3만달러를 줬다”고 했다가 “선처를 받으려고 거짓말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번복했다. 후에 5만달러를 준 방식에 대해서도 검찰에는 “직접 건네줬다”고 했다가 법원에선 “밥 먹던 의자에 돈 봉투를 놓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이 같은 곽 전 사장의 ‘오락가락’ 진술은 한 전 총리가 무죄 판결을 받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1심 재판부는 “돈을 주었는지 여부 및 돈의 액수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이 계속 바뀌어왔고 일관되지 못해 그 신빙성이 의심스럽다”며 곽 전 사장의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도 “뇌물죄에 있어서 수뢰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뢰사실을 시종일관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물증이 없는 경우에 증뢰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증뢰자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며 곽 전 사장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삼았다.

▶돈 건넨 시점, ‘독대’ 맞나=또다른 관전 포인트는 공여자와 수뢰자 간 ‘독대’ 여부다.

우선 이 전 총리 측은 성 전 회장이 의혹 시기에 자신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한 사실이 없다며 만남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의 운전기사 여모(41) 씨와 수행비서 금모(34) 씨, 이 전 총리의 선거캠프 자원봉사자 한모 씨 등으로부터 두 사람의 독대 정황을 확인하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 사건에서 검찰 측은 의혹 당일 총리공관에서 열린 오찬자리에서 다른 참석자들이 먼저 나가고 둘만 남아있을 때,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가 보는 앞에서 미화 2만달러, 3만달러가 있는 편지봉투 2개를 의자 위에 올려놓는 방법으로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뇌물 공여자와 수뢰자 간 독대 상황에서 범행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총리공관 오찬자리는 경호인원과 호텔직원 등 외부인이 들락거리는 곳인데다, 오찬 종료 시점엔 공식적인 경호와 의전이 촘촘하게 이뤄지는 공간이어서 독대가 불가능하다고 봤다.

향후 수사팀이 이 전 총리의 행적복원 자료와 핵심증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독대 정황을 파고들더라도, 그가 검찰의 ‘올가미’를 빠져나갈 ‘구멍’을 준비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성 전 회장과의 독대 장소로 지목된 선거사무소 역시 외부인들이 빈번히 드나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spa@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