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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렌디族ㆍ문센대디’ 늘지만…아빠는 주말에 쉬고 싶다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주부 박모(33ㆍ여) 씨는 주말마다 남편을 ‘끌고’ 문화센터에 가는 게 일이다. 남편이 힘든 회사 일 때문에 주말에는 쉬고 싶어하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제 갓 3살 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본의 아니게 씨름을 벌이고 있다. 박 씨는 “문화센터에서 같이 수업을 듣는 첫날, 애가 아빠에게 가려고 하질 않더라”면서 “평소 주말에 한 두시간이라도 아이와 스킨십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면 아빠를 낯가리는 일이 있었겠냐”고 씁쓸해 했다.


몇 년 전부터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아빠 육아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며 ‘프렌디(친구같은 아빠) 족’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주말이면 아이와 함께 문화센터에 다니는 아빠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는 아내에게 등 떠밀려 ‘친구같은 아빠’가 되기를 강요받아 참석하는 모양새다.

아이와 놀아주는 것도 좋지만, 직장생활에 지친 심신을 주말에 충전하고 싶은 아빠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끌려다니는 신세다.

업계에 따르면 문화센터 내 아빠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강좌 비중을 전년대비 40%까지 늘려 1400여 종류를 준비했다.

홈플러스도 작년 여름학기에 전체 강좌의 15%를 ‘아빠 참여형’ 강좌로 구성했다.

롯데마트도 2010년 200여개였던 아빠 참여 강좌를 불과 4년여만에 3배 많은 600개까지 늘렸다.

실제 아빠들의 참여율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문화센터 관계자는 “수강 신청을 받으면 평균적으로 정원의 절반은 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빠들의 자발적 신청은 손에 꼽힌다. 대부분 엄마들이 신청을 해야 아빠들이 마지못해 참석하는 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빠참여형 강좌지만, 아빠 대신 엄마가 참여하는 일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딸 아이를 데리고 주말마다 문화센터에 다녔던 아빠 장모 씨도 “첫 수업엔 아빠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는데, 수업이 몇 번 더 진행되면서 점차 늘어났다”면서 “다들 문화센터를 엄마들만 간다고 생각해 부담감을 느꼈다가, 아빠들도 참여한다는 걸 알고 안심한 것 아니겠냐”고 웃었다.

아내 등쌀에 못 이겨 참여하는 사람들이 적잖다보니 직장일이 바빠지면 그만두기 일쑤다.

회사일 없는 주말에는 충전을 하겠다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아이와 함께 문화센터에 다녔던 장 씨도 일이 늘면서 결국 중간에 포기했다.

또 다른 아이 아빠 김모 씨도 “아내가 다른 집 아빠들은 다 참여하는데 당신만 집에서 빈둥거린다며 성화라 참석했지만, 도저히 주말마다 직장가듯 아침에 일어나 문화센터를 다녀오는 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김 씨는 “차라리 한 달에 두어 번 공원을 다녀오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문화센터 내 아빠 참여형 강좌의 상당수는 단발성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한 번 문화센터에서 자녀와의 시간 보낸 아빠들은 대부분 “시간과 체력이 된다면 지속적으로 하고싶다”는 입장이다.

강제적으로나마 아이와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활동 프로그램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문화센터 송파점 관계자는 “재수강 신청을 받을 때면 처음이랑 달리 아빠들이 직접 하는 경우도 꽤 많다”고 설명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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