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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름 한 입 베어먹고 ‘자드락길’ 작작유여(綽綽有餘)
[헤럴드경제(제천)=김아미 기자] 충북 제천의 5월, 하늘은 ‘맑음’. 파란 하늘의 하얀 뭉게구름이 먹음직스럽게도 피어오른다.

소문난 ‘자드락길’이 있는 제천을 찾았다. 구름 한 입 베어물고 나즈막한 산기슭 비탈진 길을 걸었다. 마음이 작작유여(綽綽有餘)하니 내가 곧 맹자다.


1. 약초 향기 가득, 괴곡성벽길

옥순대교에서 지곡리(수산면 괴곡리산)까지 9.9㎞ 구간이 ‘괴곡성벽길’이다. 땅으로 난 7개 코스 자드락길 중 6코스에 해당한다. 난이도가 높은 힘든 길로 총 4시간 정도가 소요되지만, 산과 계곡을 가르는 청풍호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이 길에 있다. 

옥순봉 쉼터에 차를 두고 걸어서 옥순대교를 건너면 서쪽으로 언덕길이 보인다. 이곳을 기점으로 괴곡성벽길이 시작된다. 완만한 오솔길 오른쪽으로 청풍호도 보이기 시작한다. 

청풍호 전망대로 가는 괴곡 성벽길에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깔려 있다. 팥배나무 흰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길 왼편으로 둥굴레밭이 보인다. 주황색에 가까운 노란 황매와 분홍색 금낭화, 보라빛 각시붓꽃, 연보라빛 수수꽃다리(라일락)도 고운 자태를 뽐낸다. 쇠뜨기, 양지꽃, 뻐꾹채, 괭이눈, 물매화, 분꽃나무, 수박풀, 노란물봉선…. 모두 뜨내기 상춘객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터줏대감들이다. 더덕잎을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줄기째 씹으니 진한 더덕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1시간여를 걸으면 백봉전망대. 나선형 데크를 따라 오르면 청풍호의 위용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11시 방향으로는 소백산 천문대까지 보인다. 파란하늘 밑에서 보색대비를 이루고 있는 빨간색 옥순대교, 그 아래 호수를 가르며 지나는 유람선까지 그림이 따로 없다.

백봉전망대를 내려오면 주막 쉼터가 있다. 달달한 막걸리 한 잔에 다리 근육이 노곤노곤해진다. 

청풍호 전망대로 가는 괴곡성벽길. 파란 하늘 땅 끝에 닿은 곳에 하얀 뭉게구름도 내려앉아 있다.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괴곡성벽길 주막 쉼터. 입구에는 “마당을 지나가도 좋아유~”라는 충청도 말씨의 표지판이 서 있다.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괴곡성벽길 자드락길에는 야생화가 지천이다. 더덕잎을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이파리 4개 붙은 것이 더덕잎이다. 줄기째 씹으니 진한 더덕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전망대에서 바라본 청풍호.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빨간색 옥순대교 밑으로 유람선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2. 선녀 재림했던 용담폭포, 녹색마을길

능강교에서 상천민속마을(수산면 능강리)까지 7.3㎞ 구간이 되겠다. 자드락길 제 4코스다. 금수산 남쪽 기슭 백운동에 위치한 용담폭포는 한여름 물맞이 폭포로도 유명하다. 높이는 30m 정도. 

용담폭포를 보는 방법은 두가지다. 하나는 폭포를 바로 눈 앞에서 보는 것. 상천리 백운동 버스정류장에서 용담폭포 표지판을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폭포 앞에 당도한다. 넓은 바위 주변으로 노송과 동백나무 숲이 울창하다. 물 많은 여름철에는 폭포수가 우레와 같은 소리와 함께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진다. 

폭포의 장쾌한 풍경을 멀리서 한눈에 조망하려면 폭포 왼쪽 뒤로 이어진 바위전망대에 오르면 된다. 급경사 구간으로 150여개 철계단을 암벽 등반하듯 기어올라가면 바위전망대가 나온다. 건너 편 용담폭포는 물론, 가은산, 금수산 줄기와 강 건너 월악산 영봉, 저 멀리 백두대간 줄기가 옅은 농담으로 수묵화처럼 펼쳐져 보인다. 

용담폭포와 폭포 위 선녀탕에는 전설도 전해온다. 옛 중국 주나라 왕이 세수를 하다 대야에 비친 폭포를 보고선, 신하들에게 동쪽으로 가 이 폭포를 찾아오라 명령했다는데, 그것이 바로 용담폭포였다는 것. 용담폭포가 여자의 음부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는 용담폭포 위 선녀탕에서 선녀들이 목욕을 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용담폭포로 가는 길.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4월 중순이면 야트막한 능선으로 복숭아꽃이 만개한다. 잎이 올라오면서 복숭아잎도 떨어지는데, 한 잎 한 잎 흩날리는 낙화가 시적이다. 평평한 곳에서 자란 복숭아보다 능선에서 자란 복숭아가 신맛 단맛이 풍부하다고.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용담폭포 앞.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거의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계단이 나 있다. 150여개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용담폭포의 선녀탕이 보인다.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용담폭포의 선녀탕.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저멀리 백두대간 줄기가 수묵화처럼 옅은 농담으로 펼쳐진다.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청풍호는 1985년 충추댐 준공으로 만들어진 호수다. 제천에서는 청풍호라 부르지만, 충주 쪽에서는 충주호라고 불린다. 저수량 27억톤이 넘을 정도로 담수량이 커 ‘내륙의 바다’라고 불리기도 한다. 4~5월 갈수기의 청풍호가 짙은 녹색 바닥을 드러냈다.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3. 그 놈의 사랑이 뭐길래…울고넘는 박달재

봉양읍과 백운면을 갈라놓은 산을 박달재라고 부른다. 박달재는 작사가이자 가수인 고(故) 반야월(1917-2012)의 ‘울고 넘는 박달재’로 더 유명하다. 왜 그리 울고 넘었나 했더니 사랑 이야기가 있다. 

조선초 경상도의 선비 ‘박달’이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던 중 백운면 평동리에 이르렀다. 마침 해가 저물어 농가에서 하룻밤을 묵게 됐는데, 이 집에 과년한 딸 ‘금봉’이 있었다. 한눈에 사랑에 빠진 박달과 금봉은 박달이 과거에 급제한 후 함께 살 것을 약속했다. 

한양으로 떠난 박달, 그러나 금봉 생각에 학업은 뒷전이고 결국 과거에 떨어지고 만다. 낙방거사 박달은 금봉을 볼 수 없었고, 금봉은 박달이 돌아오길 학수고대하며 빌다, 상사병으로 숨을 거둔다.

금봉의 장례 사흘 후 돌아온 박달은 금봉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목놓아 울다가, 고갯마루로 춤을 추며 달려가는 금봉을 보게 된다. 달려가 금봉을 끌어안은 박달은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만다.

박달재에는 성각스님이 만든 조각상들이 볼거리다. 진분홍 자산홍 곱게 핀 공원 내에는 한양 떠난 박달의 장원급제를 손 모아 빌고 있는 금봉과, 학업은 뒷전(?)으로 한 채 금봉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친 박달의 조각상도 볼 수 있다. 

‘울고 넘는다’는 박달재.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박달재 공원에는 자산홍, 산수국이 고운 자태를 뽐낸다.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박달재 공원의 조각상. 박달재에는 박달과 금봉의 사랑이야기가 얽혀 있다.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4. 제천 여행 팁(tip)

제천에선 관광 마일리지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관광안내소에서 마일리지 카드와 가이드북을 받아 제천여행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한 뒤, 제천의 관광지나 체험여행지에 있는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증, 혹은 스탬프를 찍으면 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 QR코드 인증을 하면 최소 500원에서 최대 5만원까지 복권방식으로 마일리지를, 스탬프를 찍으면 5000원에서 1만원까지 현금 기프트카드를 지급한다.

적립한 마일리지는 제천 지내 45개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제천역, 박달재, 배론성지 등 주요관광지 18곳과 체험여행지 28곳에 QR인증코드 안내판과 스탬프가 설치돼 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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