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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업 뿌리가 흔들린다
수주 확보해도 채권단 지원꺼려…경영난 가중 중소업체 고사위기


국내 중소형 조선업체들이 존폐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까스로 살아남은 중소형 조선업체들은 최근 자본논리를 앞세운 채권단이 지원을 꺼리자 경영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허리를 떠받치는 중소업체들이 고사하면 사실상 대형업체만 살아남는 기형적인 구조에 빠지게 된다. 이들이 중국과 가장 치열하게 수주경쟁하는 선박을 만드는 만큼 중국 조선산업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성동조선해양 조선소

12일 업계에 따르면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채권단의 추가 지원 계획이 다시 무산됐다. 채권단 동의를 얻지 못해 추가자금을 받을수 없게 되면서 성동조선은 법정관리설에 휩싸였다.

성동조선은 2010년부터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가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받았다.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수주공백 시달렸지만 2013년부터 최근까지 4조 8000억원 가량 수주를 따냈다. 이에 여윳돈이 부족한 성동조선은 선박 건조자금이 필요하다면서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채권단 일부가 난색을 표하면서 수조원대 매출을 포기한채 재기의 목전에서 좌절해야하는 처지다. 채권단 관리를 받는 SPP조선, STX조선해양 등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조선업계는 이들 존속여부에 단순한 시장논리를 들이대기엔 무리가 있다고 우려한다. 중소 조선업체들이 국내 조선업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시장지위 때문이다.

성동조선, STX조선, SPP조선 등은 지난달 수주잔량 기준으로 글로벌 9~30위권에 포진해있다. 조선호황기였던 7~8년전 한때 27개에 달했던 국내 중소형조선업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70% 가량 사라졌다. 국내조선업계는 고부가가치 대형선박을 생산하는 대형업체 6곳과 중소형 조선사 7~8곳으로 재편된 상태다.

주력 선종은 대형업체들이 채산성이 맞지 않아 손을 떼버린 중소형 상선이다. 중소형 상선시장은 전세계 상선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들이 문닫으면 사실상 중소형 상선시장도 함께 잃어버리게 된다. 대형선박 건조기술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기술 등도 더이상 승계될 수도 없다.

최악의 경우 조선강국인 한국이 중소형 상선을 역수입하는 역설적인 상황도 우려된다. 조선호황기가 와도 중국과 일본이 중소형상선시장을 싹쓸이하는 모습만 지켜봐야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한국의 20배 규모에 달하는 중국조선업체들을 견제하는 창구도 유실된다. 중국 대형조선업체들은 고부가가치선박을 만드는 기술력이 없어 중소형 상선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중소형업체들이 중국 조선소와의 수주 경쟁에서 첨병역할을 해왔다는 얘기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상용차 생산기술이 있어야 스포츠카를 만들 수 있듯 중소형 선박 기술은 모든 선박건조의 토대”라면서 “중소형조선업은 한국의 건전한 조선업 포트폴리오 형성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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