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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 질서, 친미vs.반미 구도서 다자구도로 바뀌나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친미와 반미로 양분화됐던 중동 지역 판세가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과 수출이 그 동안 친미 성향을 보였던 중동의 주요 산유국들을 경제적으로 자극하고 있는 데다, 미국의 대(對) 중동 정책의 우선순위도 원유에서 핵확산 방지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에 불참하기로 한 것은 달리진 중동 정세를 극렬하게 보여준 사례다.

언뜻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보이지만, 그간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를 복기해보면 오히려 당연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는 전통적인 미국의 맹방이지만 중동 문제, 특히 이란의 영향력 확대에 비간섭 주의를 유지하는 이른바 ‘오바마 독트린’이 못마땅한 터였다. 미국의 ‘비간섭’ 속에 사우디의 ‘앙숙’인 이란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 이른바 ‘시아파 벨트’를 확장했고 예멘까지 영향력을 확대했다.

결국 살만 국왕으로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캠프 데이비드 초청에 응하는 것은 곳 이란 핵협상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새로운 중동정책에 동의하는 모양이 될 수 있음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랍의 맹주를 자청하는 사우디는 오랜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이스라엘을 앞서는 군사력을 보유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최첨단 무기 판매정책에서 사우디보다는 이스라엘을 우위에 두고 있다. 실제 사우디 등 친미 성향의 수니파 중동 미국의 공격용 무인기, 최신형 F-35 전투기, 등을 요구했지만 미 의회는 이스라엘과의 전력 역전을 우려해 제동을 걸어왔다.

이러자 수니파 국가들은 미국 대신 프랑스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살만 국왕은 최근 걸프협력이사회(GCC•걸프지역 6개 왕정의 협의체) 정상회담에 서방 정상으로는 처음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초청했다. 프랑스는 이란 핵협상과 시리아 시아파 정권에 가장 강경한 태도를 보였고, 무기 판매에도 적극적이다.

경제문제도 수니파 국가들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수니파 산유국들은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재정수입에 상당한 타격을 입어왔다. 그나마 최근 국제유가가 일부 반등하면서 재정사정이 조금 나아질 여지가 생겼지만, 미국과 이란간 핵 협상이 타결되면 다시 공급이 늘어 상황이 달라지게 된다. 오바마 행정부의 중동 정책으로 이 지역 정치적 주도권은 물론 국제 원유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약화되는 상황이 빚어지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1위 원유수입국인 중국의 등장도 수니파 국가들이 미국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의 원유수입이 줄어든 빈틈을 중국이 채워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 라는 서진(西進) 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은 최근 앞으로도 계속 중동산 원유를 대거 수입하겠다며 러브콜을 보낸 상황이다. 최근에도 중동국가들과 대규모 원유도입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국가들로서는 군사적으로는 프랑스, 경제적으로는 중국과의 새로운 관계모색을 통해 그 동안 미국 중심의 질서 축을 다자 축으로 바꾸는 시도를 할 전망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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