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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김상복]경이로운 응시와 따뜻한 눈빛, 조용한 감탄
아기는 엄마의 ‘경이로운 응시(凝視)’를 먹고 자란다. 동그란 눈과 두 팔을 휘저으며 엄마를 알아보는 아기의 미소와 옹알이에 놀라움과 기쁨으로 호응하지 않는 엄마가 어디 있으랴. 나날이 달라지는 아기의 미세한 변화를 알아보는 이도 엄마뿐이다. 눈길을 모아 똑바로 바라보는 엄마의 경이로운 응시는 아기 성장에 절대적 요소다.

청소년들의 자기주도 학습은 그들이 자신들의 삶에 주인이 되고 운전할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 삶이 살만하고 내 삶이 내 것이라고 실감할 때 공부도 그리 할 수 있다. 소위 자기주도 학습도 진정으로 가능하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오로지 부모의 ‘따뜻한 눈빛’뿐 이다. 평가와 재단(裁斷)의 눈빛, 넌 늘 그 모양이라는 짐작이나 단죄의 눈빛, “네가 내 말대로 잘 해야 줄 수 있다”는 거래의 눈빛으로는 단연코 그들을 움직일 수 없다. 설령 그들이 움직인다 해도 멍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성장하는 자녀에게 따뜻한 눈빛으로 조건 없이 믿고 바라봐 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오직 부모뿐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관계 안에서 관계를 통해 성장한다. 성장과정에서 양육자 및 중요한 타인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 왔는가는 한 인간의 성격과 자질은 물론 인격의 모든 내용과 방향을 좌우한다. 사람은 타인의 시선에 따라 자기 자신을 조각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타인의 시선과 관계, 경험이 곧 그 사람의 내적 현실 세계를 만들게 한다. 살면서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회복탄력성(resilience)과 자존감은 물론 흥미와 재능, 동기와 열정, 가치, 꿈 등 대부분도 타인의 시선과 관계 안에서 영향 받고 갖게 된다.

그렇다면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에 이어 빚 청산에 내 집 마련까지 포기했다는 오포(五抛)세대 2030 자녀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겠는가? 자립기 터널을 지나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의 노력에 대한 ‘조용한 감탄’이다. 견디고 있는 삶에 대해 감탄하고. 그들의 꿈틀거림을 보고 헤쳐 나오려는 기특함을 찾아내고 작은 노력과 실패에도 격려하는 감탄만이 자신들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여성가족부의 최근 조사는 가출 경험 청소년 수가 2014년 54만명에 이르고 중고생 10명 중 1명이 가출 경험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 현재 학계가 추산한 가출 청소년은 약 39만명에 이른다는 보도다.

청소년과 달리 아동은 어떠한가? 최근 한 일간지의 탐사보도에 따르면 한해 평균 37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맞거나 버려지거나 성적 학대를 받다 죽어가고 있으며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학대로 숨진 아이들이 263명에 이른다. 이런 현상보도에 청소년 자살 문제를 더하고 부부갈등과 이혼을 더하면 가정의 달을 보내는 우리네 모습이 그렇게 행복해 보이질 않는다.

아직 칠순도 안되었고 현역의식을 놓지 않고 있는 전(前) 노년기(?) CEO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이런 사회를 만들려고 달려오진 않았는데, 어찌 이리 되었는가? 우리 때는 ‘한 손에 총칼 들고, 한 손에 망치 들고 싸우며 일하자는 노래를 듣고 자랐지만, 그저 열심히 일하는 것 밖에 없었다. 그래도 열심히 달려 왔지만, 내 나라 내 사회가 이 모양 이 꼴이 될 줄은 몰랐다.’ 이런 자조와 우울에 공감이 되고 할말이 없다.

돌이켜 보면 우리들은 대부분 ‘부모 되기’ 준비 없이 부모가 되었기에 너나 할 것 없이 자녀 양육에 힘겨웠던 과거를 갖고 있다. 아이와 다투고 힘 겨루며 애써 온 여정에서 어느덧 내 자신의 인생도 여물었고 ‘부모-되기’가 무엇인지 배워온 학습과정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 뒤 따라오고 있는 부모-되기 학습자들이 있기에 부모가 지닐 부모리더십 태도를 다시 생각해 본다.

경이로운 응시, 따뜻한 눈빛, 조용한 감탄을 잃게 되면 자녀에 대한 영향력도 잃고 영혼의 교류도 소멸된다. 부모와 게임의 룰을 배울 기회를 상실한 자녀는 그만큼 거칠고 황폐하거나 소라껍질에 머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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