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시각중복장애인 복지시설인 ‘여주 라파엘의 집’ 정지훈 원장(57)은 최근 대구대학교가 수여하는 ‘제5회 사랑·빛·자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1급 시각장애인인 그는 시각중복장애인들의 인권 및 복지 향상에 30여 년간 헌신한 인물이었다.
지난 5월 6일 대구대 개교 59주년 기념식에서 정지훈 원장이 홍덕률 총장으로부터 ‘사랑·빛·자유상’을 수여받고 있다. |
그가 몸담았던 라파엘의 집은 지난 1986년 9월, 서울시 종로구 평동 한 가정집에서 출발했다.
라파엘은 성경에서 질병을 치유하는 대천사를 말한다. 복지시설이라고는 하나 교육 및 복지 관련 부대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허름한 집에서 시각중복장애인 10여명과 함께 모여 살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은 장애인 복지시설 상황이 많이 나아진 편이지만, 그 때만 해도 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고, 특히 치료와 관리가 힘든 중증·중복장애인들은 어디에서도 잘 받아주지 않을 정도로 사회적으로 거의 방치돼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라파엘의 집은 1991년 1월께 경기도 여주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정 원장이 초대원장으로 부임하면서 그는 “당시만 해도 시각장애 등 두서너 가지의 다른 장애를 함께 안고 있는 중복장애인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는다는 건 그야말로 희망사항일 뿐이었는데 이를 어떻게든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6일 대구대 개교 59주년 기념식에서 정지훈 원장이 홍덕률 총장으로부터 ‘사랑·빛·자유상’을 수여받고 있다. |
이를 위해 1994년, 국내 최초로 순회교육 형태의 시각중복장애인 특수학급을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인가 받아 운영을 시작했고, 전문교육을 위한 시각청각장애재활센터도 개소했다.
정 원장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눈을 찔리는 불의의 사고로 양쪽 눈을 실명하며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시련과 방황을 겪었다.
정지훈 원장 사무실 사진 |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절망 속에서 새롭게 마음을 다잡은 것은 특수교사의 꿈을 꾸면서부터였다. 서울 맹학교를 졸업한 그는 특수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삼수 끝에 1981년 대구대 특수교육과에 입학했다.
1987년 졸업 후 그는 한 선배의 제안으로 서울 라파엘의 집에서 임시 교사로 일하게 되면서부터 시각중복장애인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다른 특수학교에서 정식 교사임용 통보를 받기도 했지만 그는 이곳 장애인들을 떠날 순 없었다. 대신 이곳을 시각중복장애인을 위한 전문 복지시설로 성장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지금까지 일궈온 것도 하느님이 주신 기적에 가깝다”며 “숱한 어려움에도 150여 명의 시각중복장애 이용자와 93명의 직원이 함께 어울려 사는 공간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갖은 편견과 차별에 맞서 싸우면서 힘을 합해준 라파엘의 집 식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정 원장은 지난 2012년 국민훈장 모란장(제2337호)을 수여받았다.
또, 학업의 끈을 놓지 않고 2012년 대구대 일반대학원 특수교육과 시각장애아교육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정 원장은 “이 일을 하면서 배운 것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세상에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며 “항상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주변을 돌아보는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smile56789@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