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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첫 CFRE 획득…김홍남 서울문화재단 본부장]“기부문화 확산시키는 데 일조할 것”
공인모금전문가 한국인은 3명 불과
이젠 문화예술에도 기부인식 필요



“외국에는 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어요. 친구들끼리 모여서 자신의 부(富)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한명은 증권사 직원이 찾아왔다, 다른 한명은 변호사가 찾아왔다고 했죠. 그런데 다른 한명이 ‘나에게는 CFRE(국제공인모금전문가)가 찾아왔다’고 하니까 다들 입을 다물었다고 합니다”

기부 문화가 정착돼 있는 외국에서 기부 권유는 이처럼 영광으로 여겨진다. 단순히 돈만 많은 것이 아니라 기부할 만한 인품도 갖췄다고 인정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계 최초로 CFRE를 획득한 김홍남 서울문화재단 예술지원 본부장(50·사진)은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CFRE를 이같이 소개했다. 전세계에서 5000명에 달하는 CFRE 가운데 아시아인은 5명, 한국인은 3명에 불과하다.

“2013년 희망제작소의 설문조사 결과 ‘불우이웃을 돕겠다’는 응답은 65%였던 반면 ‘문화예술계를 돕겠다’는 응답은 0.2%에 불과했습니다. 문화예술계는 시장경제대로 하면 망해서 없어집니다. 하지만 예술이 없다면 사회는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없죠. 문화예술계도 기부를 할 만한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CFRE를 따려면 1차 자격 검증, 2차 필기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1차 자격 검증에서 교육 수료, 모금 실적 외에 자원봉사 경험이 없으면 2차 시험을 볼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김 본부장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책 읽어주는 봉사를 5년 간 해왔다.

“CFRE는 윤리도 따로 공부해야 합니다. CFRE가 모금 실적의 몇 %를 댓가로 받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며 금지하고 있죠. 최근 모금(Fundraising)의 추세는 프렌드레이징, 릴레이션십레이징입니다. 무슨 수를 써서든 당장 돈을 모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천천히 관계를 쌓아가는 거죠. 오늘 10만원 기부한 사람이 나중에 100만원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비영리단체 수입의 85% 가량이 개인이 낸 기부금이다. 개인들은 공신력을 가진 CFRE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구걸하듯 기부를 권유해서는 오래갈 수 없습니다. 모금전문가는 잠재기부자에게 좋은 일을 할 기회를 주고, 잠재기부자도 이를 기쁘게 생각하도록 만들어야죠. 이런 문화를 만드는데는 신뢰할 만한 CFRE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신뢰감 외에 CFRE는 과학적인 조사로 무장해야 한다. 가족관계, 성향, 과거 기부 실적 등 잠재기부자에 대해 합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미리 조사한다. 그 다음 메일이나 전화로 미리 연락을 하고 찾아간다.

“마구잡이로 기부해 달라고 해서는 안됩니다. 메일을 보낼 때 글을 배치하는 방법, 어조 등도 교육을 받아야 하죠. 외국에서는 MBA(경영학 석사)를 따고 CFRE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제가 CFRE가 됐다고 당장 큰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CFRE에 도전하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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