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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출국에서 경쟁국 된 중동, “한국 정유 전문가 모십니다”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ARAMCO)가 국내 엔지니어들을 대거 채용하기 시작했다. 원유 정제 전문가 뿐만 아니라, 현장기술자와 석유화학 조사관까지 다양하다. 채용규모도 예년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휘발유 등 석유제품을 수입해 쓰던 중동 국가들이 이제는 자체 정제시설을 갖춘 경쟁국으로 변신하면서 국내 고급 인력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사우디 아람코의 원유정제시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지난달 30일부터 100여명의 한국인 엔지니어 채용을 목표로 지원서를 받고 있다. 50명 내외의 채용규모를 올해는 두배 이상 늘렸다.

원유 정제는 물론, 가스터빈와 석유화학물질인 폴리머 전문가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인력을 뽑는다.

급여 및 복지혜택은 파격적이다. 기본연봉이 평균 1억2000만원에 달하고, 연봉의 40%를 보너스로 준다. 별도 현금으로 연봉의 18%를 개인보험과 저축 등 지원금으로 제공한다. 방 4개, 화장실이 두개 딸린 호텔수준의 숙소는 물론, 자녀 5명까지 교육비를 지원한다. 자녀가 미국 등지로 유학을 가도 학비의 90%를 준다. 연봉에서 세금을 떼지 않는 ‘노텍스(NO TAX)’ 정책도 매력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4대 정유사에서 이미 이직했거나, 이직을 계획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상당수”라면서 “자녀들의 교육문제로 이런 결정을 내린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한때 원유만 뽑아팔던 중동 국가들은 국제 원유가격 하락,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과의 경쟁심화로 설자리가 줄어들자 고부가가치의 원유 정제사업에도 직접 뛰어들고 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에만 50만 배럴 규모의 정제시설을 지어 하루 302만2000배럴의 원유정제능력을 갖췄다. 사우디의 정제능력은 이미 우리나라를 넘어서 세계 6위로 올라섰다. 일손이 부족하자 이번엔 해외 엔지니어들을 공격적으로 스카웃하기 시작했다. 사우디 아람코는 그중에서도 한국과 영국, 호주, 캐나다 전문가들에게 가장 높은 등급의 영입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리나라 정유사들은 잇단 인력유출로 골머리를 앓게 됐다. 정유업체 관계자는 “앞으로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 등이 본격적으로 원유 정제설비를 늘리기 시작하면 인력유출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면서 “한국 정유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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