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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이어 ‘은사자상’…한국, 세계 미술계 중심에 서다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2014년 건축전 ‘황금사자상’, 2015년 미술전 ‘은사자상’.

한국이 세계 미술계 중심에 우뚝 섰다. 세계 최대, 최고의 현대미술 축제인 베니스비엔날레에서 2년 연속 수상의 쾌거를 이룬 것.

지난 2014년 건축전에서 건축가 조민석이 커미셔너를 맡은 한국관이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5 미술전에서도 국제전(본전시)에 초대된 영화감독 출신의 한국 작가 임흥순(46)이 젊은 작가에게 수여하는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본전시에 한국 작가가 초대된 것은 6년만의 일이었다. 

 

임흥순의 ‘위로공단’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로 120주년을 맞는 베니스비엔날레는 동시대 가장 핫한 미술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자리다. 전세계 미술 관계자들이 이목이 이 시기 베니스에 집중된다. 이러한 자리에서 2년 연속 수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는 사실은 세계 미술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올해 전시 총감독을 맡은 아프리카 출신 오쿠이 엔위저는 ‘모든 세계의 미래’를 타이틀로 걸고 현실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미술의 개입과 발언을 과제로 제시했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적인 맥락에서 ‘위로공단’이라는 작품으로 아시아 여성들의 노동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임흥순의 수상은 어찌보면 예견된 수순이기도 했다.

다큐멘터리와 퍼포먼스를 결합한 95분짜리 영상에는 베트남, 캄보디아, 그리고 한국의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트로피를 든 임흥순 작가.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카메라는 이름 대신 ‘ID57331’이라는 명찰을 단 의류공장 아시아 여성 노동자를 비추며 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보다 옷 만드는 기계 부품의 일부로 전락한 여성들의 노동 현실과 대면하도록 했다.

한국 여성들의 척박한 노동 현실 문제는 더욱 적나라하게 던져졌다. 구로공단, 동일방직, 기륭전자, 삼성반도체 공장 등에서 일하는 육체노동자들과, 대형마트, 항공승무원, 콜센터 등 감정노동자들의 증언을 통해서다.

국내 굴지의 기업 이랜드가 인수한 까르푸가 홈에버로 바뀐 뒤, 이곳에서 일하다가 떠난 한 여성 노동자는 인터뷰를 통해 “기독교 기업이라 잘 해줄 것이라고들 하더니, 직원들 휴게 공간은 사라지고 기도실이 생기더라”며 고발했다.

한 대형마트 직원은 “계산대에서 카드를 던지는 고객들이 있었다. 그걸 주워서 계산하는 데 너무 굴욕적이었다”고 고백했다.

한국에 있는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종각역에서 열린 ‘이주노동자들의 메이데이(Mayday)’ 현장에서 이들은 “(우리도 한국 노동자들과) 동일하게 대우해 달라(Equal treatment for all)”며 목소리를 높인다.

임흥순은 “4년전 금천예술공장 입주 작가로 있으면서 구로공단을 접하게 됐고, 지역주민들과 공공미술을 해 오면서 이 사회에서 미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면서 “미술의 직접적인 발언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위로공단’은 봉제공장 ‘시다’로 40년간 일해온 임흥순 작가의 어머니와 백화점 판매원으로 일하는 그의 여동생에 대한 헌정이기도 하다.

임흥순은 “한 가정에서 어머니와 누이, 여성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아버지와 오빠, 남성들의 출세가 가능했다”면서 “작품을 통해 이들에게 감사와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상후에 이어진 인터뷰에서도 “삶과 일터에서 신념을 가지고 살아오신 많은 여성분들께 감사드린며 수상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한국의 노동현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베니스비엔날레 심사위원단은 “임흥순은 아시아 여성들의 노동 조건과 관계된 불안정성의 본질을 섬세하게 살펴보는 영상 작품을 선보였다”면서 “다큐멘터리의 형태로 매개된 ‘위로공단’은 우리로 하여금 오늘날 노동자들과 그들의 근로 조건을 직접적으로 대면하게 한다”고 언급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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