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에 돌아본 대한민국 노인과 중장년층의 현주소다. 한마디로 준비 안된 은퇴에 노후와 사회적 관심의 부족 속에서 사회ㆍ경제적인 고립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서적 피로와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노인도 많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에 내놓은 ‘2014년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조사 대상 1만452명의 노인 가운데 노인부부가구(44.5%)나 독거가구(23.0%)가 67.5%로 달했다. 노인부부 가구와 독거가구 비율은 2004년에 비해 각각 10.1%포인트와 2.4%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자녀와 떨어져 사는 노인들은 경제적으로도 어렵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OECD 1위로, 선진국 평균보다 3배 이상 높다.
34개 OECD 회원국의 노인 빈곤율은 2007년 평균 15.1%에서 2010년 12.8%로 2.3%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2007년 44.6%에서 2011년 47.2%로 오히려 2.6%포인트 증가했다. 경제가 성장해도 노인에게는 남의 일인 셈이다.
노년층 대부분이 부동산 말고 별다른 자산이 없고 이를 현금화하기 꺼리지만 이마저도 없는 노인이 대다수인 것이 실상이다.
부족한 노후 소득을 메우려고 다시 ‘생계형 취업’에 나서는 노인들이 많아 55~64세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2년 64.7%에 달했다.
노년층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중장년층의 삶도 팍팍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역시 준비안된 노후를 맞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자료를 보면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의 연금가입률은 공적연금 31.8%, 사적연금 15.8%에 불과하다.
통계청의 1983∼2011년 사망원인 통계 분석을 보면 40대와 50대 자살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7.2%에 달했다.
1983년 전체 자살의 28%를 차지했던 40∼50대 자살자 비중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한국을 선진국의 문턱에 갖다 놓느라 밤낮없이 일하며 자신보다 자녀들의 뒷바라지에 매달렸던 어버이들이 무대의 뒷편으로 밀려나면서 쓸쓸한 말년을 맞고 있는 셈이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논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공적연금과 사회보장 시스템을 비롯해 이 땅의 어버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빠르게 구축하지 않는 한 한국이 선진국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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