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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樂]연극 ‘손순’ 예매순위 3위까지…작은 기적 일으킨 갤러들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얼마전 온라인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조승우갤러리가 논란이 됐다. 배우 조승우가 팬들에게 “갤에서는 왜 욕을 해요. 갤 하지 마세요”라고 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익명으로 소통하는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에서 심한 욕설과 비난이 오가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디시인사이드에서 늘 욕설만 난무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디시인사이드 연극뮤지컬 갤러리(연뮤갤)에는 한 극단의 감동적인 사연이 올라와 연극팬들의 눈물을 쏙 빼고 있다.

시작은 지난 6일 한 관객이 연뮤갤에 글을 올리면서부터다. 이 관객은 “지방 공연을 보러 갔는데 배우 8명에 관객이 4명이었다. 배우들이 등장하자마자 관객석을 보고 환하게 웃어서 눈물을 훔치느라 혼났다. 지방 소극장 공연도 봐달라”고 말했다.

이어 후기를 본 극단 푸른달의 박진신 연출이 지난 7일 새벽 연뮤갤에 글을 남겼다. 박 연출은 “부산연극제에서 연극 ‘보물상자’ 쫑파티를 하고 다들 침울해 있는데 우리 기획자가 연뮤갤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알려줬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박 연출은 대학을 졸업하고 연극을 했지만 자신의 세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순수한 예술은 없고 끼리끼리 뭉쳐 노는 어른들만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돈(지원금)을 받기 위해 없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사바사바하는 모습만 보였다.

상처를 받고 튀겨나온 그는 몇 년을 방황하다 극단 푸른달을 만들었다. 극장 대관료를 감당하기 힘들어서 월세 400만원에 2년간 극장을 빌렸다. 7작품을 14차례 공연했다.

하지만 남은 것은 마이너스 1억원이었다. 상업성이 없는 작품을 하다보니 관객이 없었다. 투자자가 없어서 포스터도 만들지 못했다. 극단 기획자의 소원은 리플렛(팸플릿보다 간략한 책자)을 만드는 것이었다.

박 연출은 빚이 너무 많아 더이상 극장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오는 12일부터 25일까지 공연하는 ‘손순, 아이를 묻다’가 푸른달극장의 폐관작이다.

하지만 박 연출은 “연극은 뮤지컬처럼 흥하진 않지만 철학이 있다. 암울한 이야기가 많지만 늘 삶에 대한 진지한 희망이 있다. 꾸준히 연극하는 사람들을 마음으로 응원해달라. 죽을 힘을 다해 폭풍우 속 들판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라고 당부했다.

이 글을 읽고 감동을 받은 갤러(갤러리 유저)들은 작은 기적을 일으켰다. 8일 12시 30분 기준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에서 ‘손순’은 연극 예매순위 3위에 올랐다. 예매순위 상위권을 점령하던 로맨틱 코미디극들을 밀어낸 것이다. 마지막 공연까지 대부분의 회차가 매진됐다.

앞서 8일 새벽 박 연출은 또다른 글을 남겼다. 응원해준 관객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마임극 ‘인생은 아름다워’도 무대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입장료는 500원만 받겠다고 했다.

진 연출은 “관객들이 허락해준다면 빈무대에 아무것도 없지만 행복한 공연 보여주겠다. 고맙다는 말 백번 천번 하고 싶은데 부족할까봐 입에서 안나와 미안하다”고 글을 맺었다.

갤러들은 “500원은 무거워서 못 들고 같다. 지폐로 내겠다”, “티켓가격은 우리가 정한다. 뒤에 00 더 붙여라”고 댓글을 달았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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