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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렌드리포트] “왜 이러고 먹어?”…병맛 먹방의 비밀, #jesuisED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최근 영국인들의 SNS에 수상한 사진들이 하나 둘 올라왔다.

다들 바보의 전형인 영구같은 표정으로 음식을 먹는다. 뭐지? 이 진한 ‘병맛’의 향기는….

궁금해졌다. 다들 전염이라도 된 걸까. 한 가지 공통점은 #jesuisED 라는 해시태그가 달려있다는 것. 


▶ 알고보면 정치적 퍼포먼스= 최근 영국의 타블로이드지 더 선(The Sun)은 노동당 후보인 에드 밀리밴드(46)가 베이컨 샌드위치를 먹는 모습을 포착했다. 눈이 반쯤 감긴 모습으로 샌드위치를 오물거리는 모습이 순간적으로 바보같다는 느낌을 준다.

이 안타까운 찰나는 영국과 아일랜드 전역에 대문짝만하게 보도됐고, 한 나라의 정권 탈환을 노리는 총리 후보는 한순간에 굴욕의 주인공이 됐다.

이에 노동당 지지자들은 전면적 반격을 시작했다. 


유치하고 조악한 보도를 내보낸 더 선을 비판하고 밀리밴드를 응원하며 그를 패러디하고 있는 것.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은 대놓고 밀리밴드의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따라하는 사진을 올리면서 ‘나는(je suis) 에드 밀리밴드(Ed Miliband)다’라는 해시태그 #jesuisED를 넣었다. 누군가로부터 시작한 이 캠페인은 SNS를 ‘#jesuisED’로 넘실거리게 만들었다. 

[트렌드리포트] “왜 이러고 먹어?”…병맛 먹방의 비밀, #jesuisED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SNS 이용자들은 밀리밴드가 먹던 샌드위치부터 바나나, 오이, 당근 등 다양한 음식을 창의적인 표정으로 먹어치웠다. 심지어 개와 고양이들까지 가세해 실소를 더한다.

이 캠페인에는 채널4의 메인 뉴스앵커 존 스노우도 참여했다. 그는 뉴스 말미에 밀리밴드처럼 샌드위치를 먹으며 더 선의 악의적인 보도를 조롱했다. 존 스노우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중립을 지키기 위해 여왕의 훈장을 수여를 거부한 인물이다.

[트렌드리포트] “왜 이러고 먹어?”…병맛 먹방의 비밀, #jesuisED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 보수 황색언론의 표적이 된 ‘좌향좌’ 밀리밴드= 더 선은 영국에서 350만부 가까이 판매되는 영향력 있는 매체로 보수 성향이 짙은 매체다. 

또한 영국의 스포츠스타, 연예인, 유명인사의 스캔들은 모두 더 선에서 터져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지만 ‘일단 쓰고 보자’는 소위 ‘기레기식’ 보도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적중률 25%를 유지하며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더 선의 표적이 된 밀리밴드는 사회주의 아버지를 둔 명실상부 좌파가정의 아들이다.

아버지 랠프 밀리밴드(1924~1994)는 폴란드계 유대인 학자로 “현 세대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마르크스주의자 학자”로 불렸고 나치 박해를 피해 1940년대 영국으로 이주해 1960년대 소련식 사회주의를 비판한 ‘신좌파’ 운동을 주도했다.

모친 역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으로 열성적인 인권운동가였다.

형 데이비드 밀리밴드는 에드 밀리밴드보다 먼저 노동당에서 촉망받던 정치인이었다. 그는 당권 경쟁에서 동생에게 진 뒤 정계를 떠났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에드 밀리밴드는 17살에 노동당원이 됐으며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뒤 1993년 노동당 예비 내각 보좌진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트렌드리포트] “왜 이러고 먹어?”…병맛 먹방의 비밀, #jesuisED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실제로 영국 보수언론은 밀리밴드의 이름(Ed)을 빗대 ‘레드(Red)’로 지칭하며 ‘빨갱이’ 딱지를 붙였다. 일부에선 ‘코미(공산주의자·commie)’로 통하기도 한다.

이러한 밀리밴드가 가십을 좋아하고 보수적인 더 선의 표적이 된 것이다. 

에드 밀리밴드(Ed Miliband)의 멀쩡한 모습
한편 8일 현재 영국 총리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밀리밴드는 부유한 엘리트 출신에 마흔넷에 총리가 된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49)과 승부를 벌이고 있다.

밀리밴드가 집권할 경우 보수당 소속 벤저민 디즈레일리(1804~1881)에 이은 역대 두 번째 유대인 총리이자, 노동당 출신 첫 유대인 총리라는 역사도 쓰게 된다.

하지만 이날 BBC 등 영국 방송사들이 투표 마감 직후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수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샌드위치맨’ 밀리밴드의 패배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수당은 316석을 차지해 집권당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당은 239석, 스코틀랜드독립당(SNP)은 58석, 자유민주당은 10석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투표의 최종 결과는 한국시간으로 8일 오후께 알 수 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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