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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에세이]적선하듯 건넨… ‘손’이 부끄러운 나라
세계 최빈국 라오스에서‘행복’을 배우다
라오스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세계 최상위권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죠. 라오스에서는 웃으며 인사하는 사람들, 인사를 먼저 건네면 양손에 짐을 들고 가다가도 짐을 내려놓고 합장하며 답해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지저분한 도로와 어수선한 신호등 사이에서 사람들을 가득 실은 툭툭이와 많은 오토바이ㆍ자전거들이 신기할 정도로 유유히 오고 갑니다. 빵빵거리는 경적 소리도 없습니다. 라오스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내 복은 여기까지구나’라고 생각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입시에 취업까지 극한의 경쟁에 지쳐서 눈길만 마주쳐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우리는 상상도 못하죠.

라오스에서 버스를 타고 방비엥을 출발해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길에 고산족 몽족의 마을을 찾았습니다. 길 가의 작은 판잣집을 찾았는데 몽족 어린 형제가 환하게 웃으며 다가옵니다. 낯선 관광객들과도 눈을 쉽게 마주치며 미소를 짓습니다. 그들이 사는 모습을 찬찬히 둘러본 뒤, 작은 댓가로 라오스보다 몇배는 더 잘 사는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생활용품을 건넵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받아갑니다. 순간 물질적으로 도와준다는 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물질적인 풍요가 행복의 척도는 아니라고 머리로는 백번 되뇌이지만 실천하기는 너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넉넉지 못한 여건에서도 행복을 느끼며 사는 이들을 보니 잔잔한 울림이 느껴집니다. 작은 일에 감사하고, 늘 행복을 누리며 사는 이 친구들이 더 풍요롭습니다. 

여행일정 중 마지막 날 새벽 루앙프라방에서 유명한 승려들의 탁발 행렬을 보기 위해 무거운 몸을 이끕니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새벽이지만 승려들에게 음식을 공양하기 위해 관광객과 신도들이 미리 자리를 잡고 기다립니다. 푸르스름한 새벽을 뚫고 승려들의 탁발 행렬이 시작됩니다. 음식을 시주받은 승려들은 행렬이 끝나는 지점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난한 이들의 바구니에 도로 넣어줍니다.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죠. 그 장엄한 광경을 보면서 무거웠던 몸과 마음이 맑아지고, 욕심 없는 삶과 나눔에 대한 진리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라오스다운 삶을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행복하다는게 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왔던 저는 라오스에서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행복을 느끼는 법을 알려준 라오스, 껍짜이!(라오스어로 고맙습니다.)

사진ㆍ글 /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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