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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님과 한달에 몇번이나 연락하세요?
직장인 65% “하루에 한번도 통화못한다”
어버이날에만 안부 묻지말고 평소에 전화를…



#. 서울 신촌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박모(24ㆍ여) 씨는 지난해 어버이날 어머니와 연락 문제로 얼굴을 붉혔다. 

박 씨는 대학 졸업 후 아르바이트와 취업 준비를 병행하던 터라 대전 본가로 부모님을 뵈러 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어머니 계좌에 용돈은 넣어드리는 것으로 어버이날 선물을 대신했다. 집 근처 꽃집에서 카네이션까지 주문해 보내드렸다. 

하지만 박 씨 어머니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외려 박 씨에게 “딸이라곤 하나밖에 없는데 이런 선물 말고 평소에 연락이나 자주 하라”며 서운한 기색을 내비친 것. 

박 씨는 “없는 돈을 쪼개 챙겨드렸는데 섭섭하다 하시니 황당했다”며 “일주일에 한 번 연락드리는 게 그렇게 부족했나 이해도 안 됐다”고 당시 답답했던 심경을 털어놨다.
어버이날 한 어르신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자녀들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학교와 직장생활 등에 치여 평소 잊고 있던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떠올려볼 수 있는 ‘어버이날’. 

부모 입장에선 바쁜 자녀, 특히 타지서 생활하는 자녀의 얼굴과 목소리를 한 번이라도 더 보고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버이날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적잖다. 일부 부모들은 “평소에는 연락도 없던 자녀가 어버이날에만 안부를 물어오는 걸 보면 차라리 안 받느니만 못한 것 같다”며 섭섭함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서 직장에 다니고 있는 김모(30) 씨도 평소 본가에 계시는 어머니와 연락 문제로 마찰이 잦다.

2주에 한 번 꼴로 전화를 드리고 있지만 김 씨의 어머니는 매번 김 씨에게 “통화 좀 자주 하라”는 핀잔을 늘어놓는다.

김 씨는 “어차피 그게 그거인 일상이라 같은 이야기만 반복할 텐데 왜 전화를 자주 하라고 말씀하시는지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자취 중인 직장인 8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실제 전체 응답자의 과반수가 넘는 64.5%가 하루에 단 한 번도 부모님과 통화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번 통화를 한다’는 직장인은 25%였으며, ‘4번 이상’이라고 응답한 직장인은 전체의 2.1%에 그쳤다.

특히 전체 응답자 가운데 66.7%는 ‘부모님과의 통화량이 적다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으며, 57.1%는 ‘부모님이 연락 문제로 섭섭함을 내비친 적이 있다’고 했다.

실제 연락 문제로 자녀에게 서운함을 느끼고 있는 부모들은 적잖다. 두 자녀가 모두 서울서 직장과 학교에 다닌다는 김모(56ㆍ여) 씨는 “전화라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 길이 없는데 그걸 귀찮아 하니 부모 입장에선 속상하다”면서 “먼저 거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 내가 거는 거라도 짜증 안 내고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씁쓸해 했다.

청주에 사는 한모(57ㆍ여) 씨도 “자식이 타지에 나가 있으면 궁금한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어버이날 ‘반짝 효도’는 안 해줘도 되니 평소에 이런 걸로 효도 좀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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