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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까머리 중학시절 두 恩師가 인생의 나침판”
대학취업률 수도권 1위 화제…고졸 9급 공무원에서 차관까지 오른 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의 ‘스승의 날’남다른 소회
오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스승의 은혜를 기리며, 자신을 성장시키는데 밑거름이 돼 준 스승에게 감사를 표한다.

이기우(67) 인천재능대 총장도 스승의 도움을 가슴 깊이 새긴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앞으로 좋은 일 할 수 있는 사람 돼라“는 중학교 때 담임교사의 격려를 거울삼아, 스스로의 노력으로 고졸 9급 공무원 출신으로 차관이 됐다. 
오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이기우(67) 인천재능대 총장도 스승의 도움을 가슴 깊이 새긴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김명섭 기자/msiron@

40년 가까운 교육 관료로서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2006년에는 교육자로 변신해 전문대인 인천재능대의 총장이 됐다. 벌써 총장이 된 지 10년 가까운 세월. 인천재능대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취업률은 수도권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을 통틀어 1위에 올랐고, 캠퍼스에는 학생들의 인사로 활기가 넘친다. 이 같은 능력을 인정받아 오는 2018년까지 그는 총장 임기를 보장받았다.

하지만 그는 비결에 대해 “조그마한 일에도 정성을 다 들이고, 24시간 최선을 다 하는 것뿐”이라며 “비결은 없다”고 했다. “꾸중도 하고 말벗도 되어주는 친근한 총장이 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박한 ‘스승론’이었다.

▶“앞으로 좋은 일 할 수 있는 사람 돼라…중학교 때 담임선생님 격려, 힘”=경남 거제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이 총장. 어려움 속에서 나고 자랐기에 그는 “나중에 뭔가 돼 있을 거야” 같은 막연한 희망이나 꿈보다는, 평생을 스스로를 강하게 키울 수 있는 힘을 중요시하며 살아왔다.

그는 “‘스스로 부족한 것이 많은 사람이니 채워가며 살겠다’라는 마음으로 늘 무엇인가 배우려는 자세를 버리지 않았고 내가 갖지 못한 부분을 가진 사람이라면 연령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배우며 익히려 노력했다”며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을 때도 그것을 끝이라 여기지 않고 항상 출발선 상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하며 살아온 그런 생활이 평생 습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성실했던 소년 이기우가 낭중지추(囊中之錐)처럼 두각을 나타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초등학교 때부터 전교 1등을 휩쓴 끝에 고향 거제에 있던 연초중에 진학했다. 하지만 집안 형편 탓에 부산ㆍ경남 지역 수재들이 모인다는 부산에 ‘유학’ 가서 명문 고교에 진학한다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다. 

그랬던 그가 지역 명문인 부산고에 진학하고 올바른 인재가 되도록 용기를 북돋웠던 사람은 중학교 1학년과 3학년 때 만난 두 명의 담임선생님이었다. 그가 고졸 9급 공무원에서 차관까지 오르고, 대학 총장이 돼 수천명의 제자를 휘하에 두게 된 것도 두 선생님의 도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1 때 이명걸 선생님은 우리 학교가 첫 발령지라서 애착이 많으셨어요. ‘첫 반장’이었던 제게도 관심을 기울이였죠. 그 분이 부산고 출신인데 ‘기우, 너 부산고 가라’고 하셔서 부산고에 대한 막연한 꿈을 갖게 됐습니다. 중3 때 김영진 선생님은 제 고교 입학 원서를 써 주신 분인데, ‘너는 반드시 (부산고에)합격한다. 앞으로 좋은 일 할 수 있는 사람이 돼라’며 확신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어요. 교육부 들어가서 스승을 찾는 행사가 있었을 때 오랜만에 인사드렸는데 어찌나 반갑던지요.”

▶“학생들에게 죄 짓지 말자”…수도권 취업률 1위 고등교육기관에 우뚝=첫 대학 시험에서 낙방한 이 총장은 1967년 부산 대연동우체국 서기보(9급)을 시작으로 공직에 입문했다가, 같은 해 다시 시험을 쳐 거제교육청(현 거제교육지원청) 직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고향에서 일하며 재수하겠다는 생각이었고, 일은 뒷전이었다. 거제교육청에서 그가 ‘공직의 달인’이 되는 계기가 생긴다.

“어느 날 출근했더니 제 자리가 없는 겁니다. 상사가 제 책상을 밖으로 치우고 3개월동안 먹지로 글을 베끼는 작업만 시켰죠. 충격이 컸습니다. 그때부터 ‘기왕 할 일이라면 제대로 해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자’는 결심으로 정말 최선을 다해 노력했습니다.”

이후 그는 180도 달라졌다. 노력을 인정받으며, 공직 생활 11년 만인 1978년 경남도교육청 사무관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기우를 통해서도 (민원이)안 되면 애초 안 되는 것’,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공무원(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의 칭찬을 받으며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 차관에 올라 ‘고졸 9급 신화’를 쓰게 된다.

그 해 7월 재능대(현 인천재능대) 총장이 된 이 총장은 만성 적자에 허덕이던 학교 재정을 단 6개월 만에 흑자 구조로 전환시켰다.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 고등직업교육기관 평가인증사업, 교육역량강화사업, 산학협력선도 전문대학사업, 한식조리특성화학교 지원사업 등 수많은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어 100억원이 넘는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에도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 우수대학으로 선정돼 향후 5년간 약 200억원의 정부 지원을 받게 됐다.

그 뒤에는 물론 이 총장의 노력이 있었다. 그는 취임식 당시를 회고했다. “학교를 믿고 선택한 학생들에게 진정한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대학으로 만들어야겠다고 학생들에게 약속을 했습니다. 바로 ‘학생들에게 죄 짓지 말자’는 뜻이지요. 정성을 다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 결과 인천재능대는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2014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서 취업률 74.3%로 4년제 대학과전문대학을 통틀어 수도권 1위에 올랐다. 또한 졸업자 1000명 이상 2000명 미만인 전문대 ‘나’그룹에서도 전국 2위를 차지했다.

인천재능대의 발전은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위치한 인천 동구 송림동 부지가 좁아 전문대 최초로 연수구 송도경제자유구역에 국제화캠퍼스를 조성할 예정이다. 오는 9월 우선 유통물류과가 송도캠퍼스로 이전하게 된다. 이 또한 이 총장이 학교 발전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사업이다.

▶“총장 3연임 비결 없다…조그마한 일에도 정성을 다하고 매일 최선 다할뿐”=지난 6일 인터뷰를 위해 인천 동구 인천재능대를 방문했을 때 학생들은 낯선 방문자인 기자에게도 스스럼없이 밝은 표정으로“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취재를 위해 초ㆍ중ㆍ고교와 대학을 다녀 봤지만, 낯선 풍경이었다.

그 의문점은 바로 풀렸다. 이 총장은 취재진을 맞기 위해 13층 짜리 본관 건물을 6층까지 구석구석 안내했다. 학생들은 모두 이 총장에게 인사를 건넸고, 이 총장도 “안녕하세요?”라며 바로 화답했다.

“우리 학교에 방문하는 모든 분들이 한결같이 하시는 말씀이 학생들이 인사를 정말 잘해서 ‘저 학생이 나를 아나?’라는 의구심을 갖는다고 합니다. 저는 날마다 학교 전체를 한 바퀴씩 돌고 있습니다. 총장실에만 거주하는 권위주의적 총장이 아니라 엘리베이터에서 학생들을 마주하며 먼저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묻습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많이 놀라는 모습이었는데 요즘은 저를 알아보고 먼저 안부를 묻는 학생들도 늘었습니다.”

인천재능대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이름이 났다. 학생들의 진로 지도와 교육 관련 상담 등을 위한 개별 멘토링제. 특별 교과 운영, 각계 명사 초청 특강 운영, 인사 잘하기. 금연 운동, 지역사회 봉사활동, 기초질서 지키기 등이 실시되고 있다.

그렇게 인성을 강조하지만 이 총장은 엄한 스승만이 아닌, 다정다감한 선생님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 실제로 2014년부터 해마다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리는 기숙형 영어캠프에서 꼭 개회식과 ‘학생 영어 발표 대회에 참가하는 그다. “아이들 발표하는데 듣는 사람 정도는 있어야 히지 않겠냐”는 것이 이 총장이 발표 대회에 참가하는 이유다. 산업체에서 신입사원 추천 의뢰가 들어오면 총장임에도 직접 사전 면접을 보고 학생들을 보내기도 할 정도다.

이렇게 해서 이 총장은 2006년부터 4년 임기 총장을 세 번 내리 수행하고 있다. 그의 임기는 오는 2018년까지다. 그는 “내가 3연임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조그마한 일에도 정성을 다 들이고, 하루를 24시간으로 끊어서 순간순간 최선을 다 한 것 뿐이다. ‘아직 할 일이 남았다’고 해 (총장을)더 하게 된 것 뿐이다”며 겸손해 했다.

스승의 도움으로 희망을 품고 큰 인물이 된 이 총장. 그는 어떤 총장으로, 스승으로 학생에게, 제자에게 기억되고 싶을까. “제 욕심으로는 인천재능대를 대한민국 최고의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도 받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에게는 곁에서 꾸중도 하고 말벗도 되어주는 친근한 총장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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