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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늙어가는 한국…신용카드도 병원비에 허리 휜다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한국사회가 급속도로 늙어가면서 건강검진비 등 병원 등에 쓰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먹고 살기에 급급했던 한국인의 소비패턴이 이젠 병원비에 허리가 휘는 구조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다른 연령에 비해 빈곤율이 높은 60대 이상의 경우 전체 소비지출에서 병원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는데다 이들의 금융부채도 소득에 비해 만만치 않아 노년가구의 가계 건전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병원비 부담 늘고…카드 소비행태마저 바뀐다=본지가 신한카드에 의뢰해 고령화와 연관성이 높은 소비행태 5개 부문(여행ㆍ문화/레저ㆍ병원ㆍ건강ㆍ보험)의 신용카드 실적을 조사한 결과 병원비는 2010년 1분기 월평균 3675억원에서 2011년 4180억원, 2012년 4557억원, 2013년 5656억원, 2014년 6401억원, 올 1분기엔 6812억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5년 사이에 병원비만 두 배 가량 늘어난 셈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더라도 병원비 신용카드 승인금액은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 병원비 신용카드 승인금액은 지난 2010년 22조3207억9400만원에 그쳤던 것이 지난해엔 28조5346억300만원으로 27.84%가 늘었다.

직장인 A씨는 “부모님이 연세가 드시다보니 매년 건강검진비 등으로 들어가는 병원비가 늘고 있다”며 “카드사용 내역을 보다보면 교통비와 생필품비 다음으로 병원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도 “고령화가 급속 진행되면서 신용카드 사용행태도 바뀌고 있다”며 “불과 5년 사이에 아이들 교육비에서 건강검진비, 병원비, 보험금 납부 등으로 사용비중이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병원비 뿐만 아니라 건강 및 보험 관련 소비도 상당하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건강 관련 월평균 승인금액은 2010년 1분기 281억원에서 올 1월엔 393억원으로 39.86% 늘었다. 보험 승인금액 역시 2010년 1분기 2066억원에서 올 1분기 2786억원으로 34.85% 증가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금융보험 관련 신용카드 승인금액은 2010년 10조775억2900만원에서 2011년 11조3381억9100만원, 2012년 12조4272억3700만원, 2013년 12조5116억6200만원, 2014년 13조254억4300만원으로 불과 5년 사이에 29.25% 늘었다. 월별로 보더라도 지난 2010년 1월 7752억1300만원에 그쳤던 것이 올 1월엔 1조1068억2400만원으로 무려 42.78% 급증했다.

▶병원비 비중 높고, 금융부채 많고…가계 전전성 훼손될라=60세 이상 고령화 가구의 경우 소비지출에서 병원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한국은행 ‘2014 가계ㆍ금융 복지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가구주가 의료비로 지출하는 비용은 평균 169만원(2013년 기준)으로 50대(159만원), 40대(136만원) 보다도 가장 높다. 특히 60대 이상 가구주의 경우 전체 소비지출에서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1.95%로 식료품과 주거비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이하 가구주의 의료비 비중이 4~5% 수준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고령화 가구일수록 의료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보더라도 60세 이상 가구주의 소비지출 행태를 보면 보건 분야에 쓰는 비용이 10.72%롤 전체 가구 평균 6.60%를 크게 웃돌고 있다.

게다가 60대 이상 가구주의 경우 금융부채 증가폭도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가중되는 의료비는 고령화 가구의 가계건전성마저 크게 헤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14 가계ㆍ금융복지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가구주의 평균 금융부채는 6831만원으로 50대(8018만원), 40대(6962만원) 다음으로 많다. 금융부채 증가율은 8.6%로 오히려 40대(2.5%), 50대(1.3%)를 웃돌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고령화 가구의 경우 세금 등 비소비지출에서 이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60대 이상 가구주의 비소비지출(평균 413만원) 중 이자비용으로만 107만원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카드 업계 한 관계자는 “고령화 가구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득은 적은데 반해 의료비 등으로 지출은 많아지고, 이자비용 부담도 상대적으로 만만치 않다”며 “쓸 여윳돈이 많지 않다보니 평균소비성향이 가장 높아야할 노년층이 오히려 평균소비성향이 떨어지고 이들의 소비침체가 전체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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