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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오른 면접시즌…기업 인사담당자에 물었다
[헤럴드경제=천예선ㆍ김윤희ㆍ이슬기ㆍ신동윤 기자]각 대기업이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위한 인적성검사를 마무리 짓고 일제히 면접 전형에 돌입했다. 오는 8일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삼성과 LG, SK 등 굵직한 대기업들은 이달 중순에서 내달까지 직무역량 및 영어면접 등을 치를 예정이다.

취업 준비생들은 어떻게든 면접관의 눈에 들기 위해 오늘도 머리를 싸맨다. 헤럴드경제가 기업 인사 담당자들에 가장 기억에 남는 합격자와 ‘밉상’ 지원자를 물었다. 취업에 성공한 선배들에게서 자신만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팁을 얻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좋아하는 차는 경쟁사 차(?)=자동차 업체의 공통된 질문 중 하나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자동차는 무엇인가”이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입사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해당 업체의 좋은 점만 얘기하는 것이 다반사다. 카탈로그를 달달 외운 듯 차량 스펙을 줄줄 외우는 지원자도 있지만 막상 몇 가지 돌발 질문을 던지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자동차 A사의 한 지원자는 ‘경쟁사 차’를 답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솔직하게 그 회사와 제품이 가진 상대적 우위를 일목요연하게 말한 뒤 약점을 보완해 회사의 경쟁력을 한 단계 더 향상시키기 위해서 본인이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까지 덧붙여 대답했다. A사 관계자는 “확실하고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지원자라고 여겨졌다”며 “그것이 회사를 향한 진정한 ‘관심’이자 ‘애정’이라고 생각해 선발했다”고 전했다.

백화점 B사의 경우 ‘벤치마킹해야 할 경쟁사나 선진기업을 추천한다면?’이라는 질문에 동대문 시장이라고 대답한 지원자가 후한 점수를 받았다. 대부분의 지원자가 해외 유명 리테일러나 국내 타 백화점을 사례로 들었지만, 그 지원자는 동대문에서 벤치마킹할 점도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저가의 물건을 판매하고 질도 낮은 상품으로 구성돼 있지만 재고처리나 상품 기획, 매장 구성 등에서 장점이 있다”며 동대문에서의 7개월 동안의 야간 판매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 사례를 들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자동차 C사의 경우, 철학을 전공한 합격자가 인간의 행동과 사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자동차에 접목시켜보겠다는 생각을 밝혀 인간공학설계를 담당하는 팀으로 합격했다.

▶회사 ‘열공’ 활용법=기업 인사 담당관들의 기억에 긍정적으로 남은 지원자들의 공통점은 바로 회사의 특징과 역사, 지향점 등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각사 홈페이지 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기업보고서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한 유명 포털사이트 D사의 채용담당 임원은 면접에서 특이한 옷차림을 한 지원자를 만났다. 바로 해당 기업의 상징색인 초록색으로 구성된 양복과 넥타이를 매고 면접에 참석한 것. 처음에 봤을 때는 다소 당황했지만, 충분한 사전 준비를 통해 회사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점을 확인한 뒤 옷차림이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결국 해당 지원자는 공채에 당당히 합격했다.

제과업체 E사의 면접 현장에서도 보기 드문 지원자가 한 명 있었다. 면접일 당일이 밸런타인 데이라는 점에 착안해 직접 쿠키와 초코막대과자를 만들어 왔다. 이 같은 정성이 면접관들에게 좋은 영향을 줬다는 것이 후문이다.

합격 여부와는 관계없이 면접관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겼던 지원자도 있다. F 중견기업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던 지원자가 모든 면접관의 명함을 받고 싶다고 했고 이에 응했다”며 “그날 저녁 해당 지원자에게 자신을 평가해준 것 만으로도 감사하단 이메일을 받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고수들의 한방은?=유통 G사의 대표이사 면접 중에는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과 일 잘하는 사람 중 택해서 왜 좋은지 설명하라’는 질문이 나왔다.

함께 면접을 본 타 지원자들은 모두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이 더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했지만 한 지원자는 “만약 인간관계가 좋지만 회사에 도움이 안 된다면 회사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인간관계가 좋지 않지만 일을 잘한다면 회사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곧바로 “하지만 일을 잘해서 높은 자리까지 간 사람이라면 분명 인간관계 역시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앞에 계신 임원분들처럼” 이라고 말해 곤란한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하며 자신감과 패기 있는 모습으로 합격했다.

면접관들의 마음을 감동시켜 공채에 합격한 사례도 있다. H그룹에 입사하게 되면 어느 지역에서 근무 하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에 한 지원자는 아무 연고도 없는 지방 사업장을 꼽았다. 그 지방 사업장은 그룹에서 만드는 제품의 기초가 되는 원재료 및 반제품을 취급하는 곳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 내에서 성장하는데 필요한 기초를 닦을 수 있다고 대답한 것이 면접관의 마음을 움직였다.

▶사시나무 떨듯 해도 정신만 차려라=면접에서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처음엔 평정심을 유지하다가도 중반부터는 떠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시나무 떨듯 하더라도 이성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면접관들은 긴장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는 것이지, 긴장했다고 해서 무조건 떨어뜨리지는 않는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긴장을 이겨내고 질문을 끝까지 경청한 뒤 다소 떨리는 음성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소하지만 거슬리는 것들=한편 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밉상’으로 기억하는 지원자 중에서는 무엇보다 용모나 태도에 관련된 것이 많았다. 자동차 A사의 인사 관계자는 “여성 지원자의 경우 킬힐을 신고 화려한 의상을 입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특히 자동차나 철강과 같은 다소 보수적인 기업문화에서는 여성 지원자의 지나친 화장이나 복장은 비전문적으로 보일 수 있다.

전자 B사는 “자기도 모르게 다리를 떨거나 심지어 다리를 꼬고 앉아 답변하는 경우도 있다”며 “자신감이 부족하고 무례하게 보인다”고 평가했다. 호텔 및 리조트 C사 관계자는 “남자고 여자고 과도한 향수는 민폐”라고 꼬집었다.

▶줄임말 쓰지 마라=자동차 D사 관계자는 “무의식 중에 튀어나오는 말투, 표현 하나하나까지 면접관은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저는요~했구요” “~한 것 같아요” 등의 불명확한 말투나 가벼워 보이는 어투은 지양해야 한다. 특히 요즘 지원자들 사이에서 두드러지는 ‘줄임말’ 남용도 경계해야 한다. 일례로 “ ‘알바(아르바이트의 줄임말)’ 경험을 통해 볼때~” “ ‘취준(취업준비의 줄임말)’ 생활을 하면서~” 등의 표현은 일상 생활에서 흔히 쓰는 표현일 지라도 면접에서 써서는 곤란하다. 이 관계자는 “면접은 일상적인 대화 상황이 아니다”며 “이런 기본적인 것들도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최소한의 연습은 하고 와야 한다”고 전했다.

▶면접장 밖에도 눈이 있다=면접 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면접 대기중과 면접 후에도 지원자들의 자세 하나하나가 체크 대상이다. 임원 뿐 아니라 일선 직원도 제2 면접관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화학업계 F사의 경우 “면접 대기실에서 노트북으로 타사 홈페이지를 공부하고, 심지어 그 회사의 인적성 검사 문제집을 구매하는 모습을 보이는 ‘용감괘씸’한 지원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울지 마라=가장 공통적인 실격자들은 회사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없는 지원자들이다. G그룹 관계자는 “B2B 기업인데 B2C관련 마케팅 방안만 언급하는 지원자가 있는가 하면, ‘무조건 열심히 하겠습니다’, ‘입사 후 처음부터 배우겠습니다’를 연발하는 지원자도 있다”며 “모두 반갑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밖에 ▷다른 사람들이 발언할 때 집중을 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생각하고 있는 지원자 ▷자신의 주관적이고 솔직한 생각없이 이것도 좋고 저것도 모두 좋다는 식으로 말하는 지원자 ▷면접에서 울어서 붙었다는 후기 보고 우는 지원자 ▷면접관 앞에서 설교를 늘어놓고 결국에는 훈계까지 하는 지원자 등이 면접에서 피해야 할 사항으로 지적됐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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