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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 이사람]잔반 분석하는 요리사…김찬성 롯데리아 수석 셰프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호텔 셰프였을 때는 요리에만 신경을 쓰면 됐는데, 롯데리아로 옮기고 나니 셰프가 원가부터 위생까지 모든 경영의 중추에 있어야 하더라고요.”

요리 경력 25년. 김찬성(46) 롯데리아 수석 셰프는 요즘 새로운 도전에 한창이다. 하얏트 호텔에서 요리사로서의 첫 발을 뗀 뒤, CJ를 거쳐 롯데리아로 옮겨온 지 햇수로 3년째를 맞는 그는 최근 롯데리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사실 일반인들에게 패스트푸드 전문점으로 각인돼 있는 롯데리아는 최근 종합외식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패밀리레스토랑 TGI프라이데이스를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빌라드 샬롯, 더 푸드 하우스 등 레스토랑을 론칭한 데 이어, 올해는 ‘별미가’라는 이름으로 한식 뷔페 사업에도 뛰어들 예정이다.

김 셰프는 롯데리아 레스토랑사업본부 메뉴R&D 부문을 총괄하면서 신 브랜드ㆍ메뉴 개발에 일일이 관여하고 있다. 빌라드 샬롯의 경우 콘셉트 단계부터 미국, 일본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시장조사를 했다. 최근에는 별미가 론칭을 위해 사찰음식을 배우고, 지인들에게 맛집을 수소문해 팔도의 진미를 찾아다니고 있다.

특히 TGI는 그가 손을 덴 이후 모습이 확 바뀌었다. 2000년대 초중반 명성을 날렸던 TGI는 국내 패밀리레스토랑 시장이 침체하면서 동반 하락을 경험했다. 이는 2009년 롯데가 인수한 이후에도 한동안 계속된 현상이었다. 미국 본사에서 레시피를 받아서 구현만 하는 수준의 메뉴를 10여년간 유지했기 때문에 변화하는 소비자의 입맛을 따라잡기 어려웠다.

난관에 처한 TGI를 회생시키라는 특명을 받은 김 셰프는 제일 먼저 매장의 식기 세척하는 곳을 찾았다. 김 셰프는 “사람들이 먹고 남긴 음식을 보면 어떤 메뉴가 인기가 있는지, 어떤 메뉴의 양을 조절해야 할 지 알 수 있잖아요. 셰프에게는 가장 솔직한 성적표인 셈이죠”라고 말했다.

그렇게 한참 머리를 싸맨 결과 김 셰프는 폭립, 파스타, 케이준 샐러드가 대표 메뉴였던 TGI의 정체성을 ‘프리미엄 스테이크 하우스’로 전환하기로 했다. 업계 최초로 와규 스테이크를 출시했고, 이번달부터는 프랑스의 진공저온조리법을 이용한 ‘수비드 스테이크’도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의 반응은 뜨거워서 종전에 10% 수준에 지나지 않았던 스테이크 판매 비율은 이제 40%에 육박할 정도에 이르렀다.

“우리만의 차별점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결국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해서 선택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아요.” 국내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스테이크 전문가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김 셰프는 TGI의 변화를 솔개에 비유했다. “솔개는 70년을 사는 새인데, 35년째 되는 해에 동굴로 들어가서 자신의 털이며 발톱을 다 물어서 뽑아버린대요. 그 고통을 거쳐야만 다음 35년을 버틸 수 있는 새 깃털과 발톱이 나오는 거죠. TGI 역시 지금 솔개처럼 새로운 탄생의 시기에 있는 것이죠.”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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