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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집에 부는 ‘스승의날’ 선물 바람
[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14개월된 딸 아이를 동네 아파트에서 운영되는 ‘가정 어린이집’에 보낸 초보엄마 김연희(31ㆍ가명) 씨는 5월이 되자마자 큰 고민에 빠졌다.

‘스승의날’에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줄 선물 때문이다.

이웃의 어린이집 원장은 ‘우리 원에서는 선물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는데, 김씨의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는 그런 공문이 따로 없었다.

특히 가정어린이집 특성상 작은 공간에서 여러 명의 교사가 함께 생활하는 탓에 담임교사에게만 선물을 줘야할지, 원장에게도 선물을 줘야할지도 고민거리다. 

학교에서는 촌지가 금지되면서 스승의날이어도 선물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반면, 어린이집의 경우 기준이 없어 어떻게 해야할지 학부모들이 감을 잡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김씨는 “인터넷 카페에서 알아보니 가정어린이집의 경우에는 모든 교사에게 선물을 줄 예정이라는 학부모도 더러 있었다”며 “자칫 선물이 성의없어보여서 우리 아이에게 신경을 덜 써줄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촌지근절 등으로 사라진 듯하던 교육 현장의 ‘스승의 날’ 선물 열기가 최근 ‘어린이집’에서 재등장하고 있다.

일부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서 영ㆍ유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선물 고르기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설명>학교에서는 촌지가 금지되면서 스승의날이어도 선물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반면, 어린이집의 경우 기준이 없어 어떻게 해야할지 학부모들이 감을 잡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상황이 이렇자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스승의날 특별한 성의 표시를 하지 말아달라”고 공문을 보내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2월 말 기준 전국에 어린이집은 2만3318개소로, 149만6671 명의 원아가 어린이집에서 교육받고 있다.

지난 해부터 어린이집에서 각종 아동학대 관련 사건이 발생했지만, 맞벌이 부부는 여전히 어린이집에 자녀의 양육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승의 날’은 부모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 지역 학부모 모임 커뮤니티와 육아관련 사이트에는 벌써 한 달 여전부터 스승의날 선물과 관련한 고민 글이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은 “어린이집 선물은 담임에게만 하는건가요” “어린이집 스승의날 선물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해야 하는건가요” 등을 묻는 초보 엄마들의 고민 글이다.

한 학부모는 “초등학생이야 법적으로 수준이 정해져 있는데 어린이집은 어느 정도 수준을 원할지 몰라 난감하다”며 “한 공간을 두세 개 반이 나눠쓰는 어린이집도 더러 있는데, 이 경우 세 반 선생님 모두에게 선물을 줘야하나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아예 나서서 ‘어린이집 선물을 보내지 말아달라’고 공문을 보내기도 하지만 지역에 따라 학부모들이 공문을 두고 해석이 분분할 정도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는 “선물을 보내지 말라고 해서 난감하다”며 “아예 안드리는 건 말이 안되고 작은 선물이라도 그냥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평구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또다른 학부모는 “다른 아이들과 관계도 있는데 혼자만 선물을 하면 오히려 역효과일 것 같다”며 선물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어린이집도 스승의날 휴원을 하는 추세가 강하다”며 “지나치게 비싼 선물을 준다고 자녀 보육이 달라지지 않는만큼, 학부모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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