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90%.
중국의 노동절 연휴를 맞이해 유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 등이 예약한 호텔객실 예약률이다. 약 90% 수준에 달한다. 특히 명동의 한 비즈니스 호텔의 경우엔 95%에 육박하는 예약률을 기록했다.
매년 몰려드는 유커들에겐 숙박비가 저렴하면서도 웬만한 호텔 수준의 부대시설을 갖춘 비즈니스 호텔이 인기다. 이에 롯데, 신라, 조선 등 대기업 계열 호텔들은 너도나도 비즈니스 호텔 사업확대에 나서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이들이 펼치는 비즈니스 호텔 영역 확보 경쟁은 마치 대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배수진을 치고 총력전을 펼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생존 전략을 특급호텔에서 비즈니스 호텔로 이동하지 않으면 미래 성장동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점점 짙어만 가고 있다.
이유는 유커의 소비 트렌드 변화와 관련이 크다. 비즈니스 호텔은 숙박비가 10만~20만원대 초반으로, 특급호텔의 절반이하여서 숙박에 큰 돈을 쓰지 않으려는 유커의 최근 소비 성향과 어울린다. 유커들도 당연히 특급호텔보다는 이에 비즈니스 호텔을 찾고 있다.
특급호텔들의 비즈니스 호텔 진출은 사실 낯선 것은 아니다. 롯데호텔은 지난 2009년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롯데시티호텔 마포’를 연 이후 구로동과 명동 일대에 비즈니스 호텔을 세운 바 있다.
유커의 비즈니스 호텔 선호 성향이 뚜렷해지면서, 이에 경쟁사인 호텔신라는 지난 3월 ‘신라스테이 제주’를 연 데 이어 5월에는 ‘신라스테이 서대문’을 열었고 신세계 조선호텔도 ‘포 포인츠 바이 쉐라톤’ 호텔의 문을 연 것이다.
특급호텔이 앞다퉈 비즈니스 호텔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명확하다. 수요가 있는 곳에서 성장을 찾는다는 전략이 바탕돼 있다. 비즈니스 호텔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에 이를 외면하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극복 전략도 깔려 있다. ‘자존심’의 대명사인 특급호텔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적 착오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5일 “최근들어 단체관광객보다 개별 관광객이 늘어나 중저가 호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으며 또 관광객들을 위한 제대로된 숙박시설이 서울시내에 많지 않아 비즈니스 호텔 사업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최근 대부분의 중국ㆍ동남아 관광객은 고가의 쇼핑에 집중하는 대신 숙박은 중저가 호텔을 선호하는 양상으로 확연히 변했다. 특급호텔에서 쓰는 돈 대신 쇼핑에서의 여유를 선택하는 것이다.
또 국내 호텔 시장이 특급호텔과 저가 호텔로 양극화돼 ‘합리적인 가격의 깨끗한 호텔’이 드물다는 점도 비즈니스 호텔의 수요로 이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이 틈새를 비즈니스 호텔이 파고들었고, 이것이 유커를 비롯한 해외 관광객들에게 어필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토종 브랜드 뿐 아니라 세계적인 호텔체인도 한국 비즈니스 호텔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메리어트는 비즈니스 호텔 브랜드인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를 영등포와 판교에 이어 오는 2016년 남대문에 380실 규모로 열 예정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유커가 매년 30%씩 늘고 있어 당분간 특급호텔들의 비즈니스 호텔 투자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점점 특급호텔을 고집하는 일부층을 제외하곤 비즈니스 호텔을 찾는 해외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특급호텔들의 비즈니스 호텔 전쟁은 포성이 점점 짙어질 것이라고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