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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의 민낯-승정원일기 12] 까치가 털방석을 쪼는 것을 본 영조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하승현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하승현


1734년(영조 10) 1월 28일, 영조가 창덕궁 희정당에서 신하들을 불러 만날 때의 일이다. 어디선가 까치가 날아들어 가주서가 앉는 자리의 털방석을 쪼았다. 털방석의 털을 가져다가 제 둥지에 깔려는 것이었다. 영조는 이 모습을 보고 마음에 느끼는 바가 있어 전교를 내렸다.

지금 정월을 맞아 만물이 봄기운으로 가득한데, 오직 나의 백성들만 근심 걱정 속에 놓여 있다. 이런 생각이 드니 어찌 맘 편히 먹고 쉴 수 있겠는가. (중략) 아! 미물도 제때에 맞는 물건을 찾아 둥지를 틀 줄 아는데, 불쌍한 나의 백성들은 입지도 먹지도 못하고 의지할 데도 없이 길에 잇따라 쓰러져 있구나. 지금 마땅히 농사를 권하고 안정되게 모여 살게 하는 것을 급선무로 삼아야 하니, 다시 여러 도에 신칙하여 백성들을 수고롭게 하는 일을 제거하여 백성들이 안정되게 농사짓고 살 수 있게 하라. 그리고 환과고독(鰥寡孤獨)은 주문왕(周文王)이 가장 우선시했던 대상인데, 나이가 들도록 아내나 남편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사치하는 풍속 탓도 있지만 열에 다섯 이상은 형편이 어려워 결혼을 못하는 자들이다. 지금 이렇게 하교하는 것은 봄을 맞아 더욱 칙려하는 뜻에서이다. 안으로는 한성부가, 밖으로는 관찰사가 지금 내가 하교한 대로 각별히 찾아가 묻고 보살피도록 다시 분부하라. 그리고 거행한 결과를 보고하게 하라.

살아 있는 생명들의 생존 의지를 확인한 영조의 생각은 자연히 곤궁한 백성들을 걱정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백성들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소외된 백성들을 보살피도록 하라는 전교를 내렸다. 임금이 보살피는 정무(政務)를 수없이 많은 사안이란 뜻에서 ‘만기(萬機)’라 한다. 소외된 백성들을 돌보는 일은 만기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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