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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의 헛발질’, 예측불가 김정은 행보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제대로 판을 뒤엎었다. 국정원이 김 제1위원장의 방러 가능성을 언급한 지 하루 만에 러시아행 불참 소식이 알려졌다. 북한의 의도였다면, 제대로 국정원의 뒤통수를 친 셈.

우리 정부뿐 아니다. 러시아나 중국 역시 불참 사실을 쉽사리 예측하지 못했다. 북한의 예측 불가능성을 다시 한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정원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지난 2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김정은이) 날짜가 임박해 러시아에 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호텔 예약 상황을 묻는 질문에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이 굉장히 크고 안에서 숙식할 수 있는 시설도 있어 호텔 예약은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라고도 답했다. 사실상 간다는 데에 방점을 둔 의견이었다.

김 제1위원장이 러시아 전승 행사에 불참한다는 소식은 그 뒤로 긴급 타전됐다. 단 하루만이다. 물론 국정원 역시 북한을 100% 예측할 수 없고, 이 국정원장 역시 당시 질의응답에서 “김정은의 성격상 최종 단계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만에 헛발질을 하게 됐다는 건 민망한 결과이다. 국정원 입장에선 “하필 왜 지금”이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정원 뿐 아니다. 러시아 역시 쉽게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도 한국 기자단과 만나 “김정은 제1비서의 참석은 외교적 통로를 통해 확인됐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을 비롯, 러시아 당국자가 연이어 김 제 1위원장의 참석을 공공연하게 말하는 등 러시아도 최근까지 김 제1위원장의 참석을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보인다. 역시 북한은 결코 쉽게 예측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다.

중국은 과연 이를 알고 있었는지도 관심사다. 러시아 측에서 수개월 전부터 방러를 기정사실화한 것과 달리 중국은 계속 불명확한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최근 부임한 김장수 신임 주중 한국대사도 중국 측이 부정적으로 전망한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 제1위원장이 러시아행 불참을 선언하면서 김 제1위원장의 국제무대 ‘데뷔전’은 또 미뤄지게 됐다. 러시아가 첫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중국으로 바뀔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중국은 오는 9월 전승식을 앞두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제1위원장이 러시아 전승식에 불참한 데 이어, 중국 전승식까지 불참할지 관심이 쏠린다. 만약 김 제1위원장이 중국 전승식에 참석한다면, 북ㆍ중ㆍ러를 둘러싼 외교적 해석도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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