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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당정협의 못 낀 통일부장관, 아무나 하는 통일부장관?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취임한지 어느덧 50여일이나 지났지만 좀처럼 존재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북한이 남북관계 경색의 빌미로 삼았던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끝난 지 얼마 되지는 않았다고 하나 홍 장관의 향후 남북관계에 대한 뚜렷한 철학이나 전망이 엿보이지 않는다.

통일부가 매주 사전 공개하는 홍 장관의 ‘주요 일정’을 살펴보면 애처로움마저 느껴진다.

이번 주의 경우 모든 장관들이 당연히 참석하는 국무회의와 비공개로 진행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면담을 제외하면 서울 영등포 아트홀에서 열린 어린이 기자단 발대식 참석이 유일했다. 여기에 뒤늦게 납북자 가족들과의 만남이 추가됐을 뿐이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을 수행했던 것이나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국무회의 외에 5~6개의 일정을 소화한 것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홍 장관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미활동을 계기로 긴급 소집된 새누리당과 외교안보 부서 간 당정협의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홍 장관 전임인 류길재 전 장관이 외교ㆍ국방 장관들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던 외교안보장관회의에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대목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아베 총리의 방미 등 외교문제와 미ㆍ일 새 방위협력지침 등 국방현안을 다루는 자리였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온 국민이 미ㆍ일 ‘신밀월관계’에 대해 우려하면서 확고한 외교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시점에 소집된 외교안보 당정회의에 통일부장관이 빠진 이유로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분단국인 한국 외교의 활로를 남북관계 진전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통일부는 외교안보 당정회의 전날 발간한 ‘2015 통일백서’에서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과 통일외교, 북한 비핵화 등의 과제를 제시하며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했다.

긴급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집권여당과의 외교안보 당정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통일부장관이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추진할 수 있을까.

북한은 홍 장관 취임 직후부터 ‘박 대통령의 수발이나 들던 철부지 애송이’, ‘북남협상 경험도 없는 글방 샌님’, ‘청와대 안방주인의 동족대결 치맛바람에 춤을 춘 대결광신자’라고 매도하며 대화상대로 인정조차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상태다.

안팎으로 옹색해진 홍 장관의 처지를 보면서 “솔직히 통일부장관은 아무나 와도 되는 자리”라고 했다는 류길재 전 장관의 말이 떠오르는 건 기자 한사람만일까.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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