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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지는 엔저 공포… 수출주 일제히 ‘경고등’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엔저 공포’가 한국 증시를 덮쳤다. 7년여만에 원엔 환율이 900원대가 붕괴되면서다. 여기에 오는 10월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되면서 수출주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중국 관광객들 덕분에 실적 개선이 기대됐던 소비주들의 미래도 밝지 않다. 증권가에선 ‘조정’이란 단어가 자주 회자되고 있다.

▶ 日 ‘추가완화 없다’했지만= 지난달 30일 일본은행(BOJ)은 금융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연간 80조엔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현 상태를 유지한다는 발표다.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기대했던 일본 재계측에선 실망스러운 발표지만, 엔화 약세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한국 수출 기업들로선 다행스러운 발표다. BOJ가 추가 부양책을 꺼내놓지 않자 일본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닛케이225지수는 2.58% 하락했고, 토픽스 지수도 2.22% 떨어졌다.

지난달 29일에는 엔화 가치가 7년여만에 900원 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30일 원엔 환율은 다시 900원선을 회복했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재임 기간 중에는 엔저 기조가 현재대로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이 대규모 통화부양책을 펴왔다. 양적, 질적완화라는 통화정책이다”며 “이 때문에 엔화 가치가 다른 통화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오는 10월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김두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2월 핵심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대비 2%를 기록 중인데 소비세율 인상 효과를 제외하면 0%다”며 “시기적으로 추가 양적완화 조치는 경제전망이 있는 10월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자동차 조선 ‘울상’= 엔저의 직격탄은 수출주들이 맞고 있다. 대표적 수출주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27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만도 역시 4일 연속 하락세로 5% 넘게 주가가 빠진 상태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저 공포가 자동차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당분간 자동차업종 주가의 부진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선주들 역시 ‘엔저’의 사정권 내에 들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3개 종목 모두 지난달 30일 5% 넘게 급락했다. 엔저 영향이 컸다. 조병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저가 지속될 경우 가격 측면에서 앞선 일본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국내 조선업종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저는 중국 관련 수혜주들의 발밑도 파고 든다. 중국인들이 관광지를 선택할 때 한국보다 일본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란 관측에서다. 지난달 29일 호텔신라가 10% 넘게 급락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화 강세, 엔화 약세로 올 1분기 중 일본을 방문한 요우커 증가율은 93%에 달했지만 한국을 찾은 요우커는 37%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반면 엔저로 호황을 누리는 기업들도 있다. 일본 여행을 알선하는 여행사와 일본 상품을 국내로 수입해 파는 업체들은 호황이다.

이날부터 오는 5월 5일까지 ‘황금연휴’ 기간 동안 한국인 상당수가 일본을 여행지로 선택할 전망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엔저 현상으로 일본으로 향하는 관광객이 늘었다”며 “이런 추세에 맞춰 소규모 여행 상품을 늘리고 일정을 다양화했다”고 밝혔다.

일본 장난감도 인기다. 최근 엔화 약세(원·엔 환율 하락)로 오픈마켓에서 제품 단가가 평균 10%가량 하락하면서 일본산 제품 판매자가 늘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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