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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랜드, 길을 묻다]광주요라는 브랜드, 조태권이라는 장인(匠人)
[HOOC=서상범 기자]인문학이 춤을 추고, 역사가 관통 했다. 괴테가 등장하고 일제강점기의 문화말살 정책에 의한 한국 문화의단절에 대한 비분이 토해졌다. 도자기 업체로 유명한 광주요 그룹 조태권 회장과 함께한 3시간 가량의 인터뷰는 도자기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해 국가의 문화라는 답으로 이어졌다.

시작은 광주요라는 브랜드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도자기업체가 왜 전통주 ‘화요’를 만들었는지, 왜 고급한식당인 ‘가온’과 ‘비채나’를 운영하는지. 이 회사가 지향하고자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광주요 그룹이라는 브랜드의 본질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조태권 광주요 회장이 전시된 자사의 도자기를 살피고 있다.

조태권 회장은 그에 대한 즉답 대신, 국가의 힘에 대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는 “세계적인 브랜드의 바탕에는 국가의 힘이 중요한데, 그 힘은 무력이나 기술이 아닌, 문화의 힘에서 비롯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문화적 힘을 기를 수 있는 토양이 부족했다고 역설했다.

중국에 대한 사대문화에서 시작해 조선강점기의 일본의 문화말살정책, 광복 이후 미국 문화 유입이라는 시대의 흐름에서 우리 고유의 문화가 뿌리내릴 여건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어 서구의 경우 시민계급과 절대왕권 간의 창조적 경쟁이 그 나라의 고유 문화를 발전시켜 왔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시기가 성숙하지 않았었다며 조 회장은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선친의 가업인 광주요를 이어받은 1988년, 그는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이자 브랜드인 도자기를 키워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조태권 광주요 회장(오른쪽)이 서상범 헤럴드경제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실 도자기는 당시만해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적절하지 않았어요. 임진왜란 이후 끌려간 우리나라 도공들에 의해 일본의 과시문화로 변질됐었죠. 여기에 일본에 의해 왕실이 사라지면서 고급문화로서의 시장이 없어지게 된 것도 큰 이유였습니다”라며 조 회장은 기억을 되살렸다.

그는 “브랜드는 상류층의 고급문화가 선도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왕실문화가 갑자기 단절되며 그 맥이 사라졌었고 그래서 정한 것이 우리 도자기의 세계적 브랜드화(化)이자 과시가 아닌 품격을 지닌 생활자기를 만들자는 목표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처음부터 세계와 경쟁하고 세계인에게 인정받으려는 마음과 ‘수요자로부터 멀어지는 예술품은 의미가 없다’는 신념이 조화를 이룬 것이 광주요라는 브랜드의 성공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화요와 가온 등 사업 확장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도자기라는 것은 우리 식생활 속의 한 부분”이라며 “한국 음식은 한국 도자기에 담아야만 제대로 빛을 발하고 술도 음식문화의 한 부분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들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좋은 음식과 가치있는 술을 담기 위해서는 고급 도자기의 수요가 증가한다는 일종의 선순환이 발생한다는 것.

그는 “최고의 도자기에 최고의 우리 음식을 담아 세계로 수출하면 이 것이 곧 우리 식문화와 도자기의 브랜드가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앞서 말한 고급문화의 선도라는 측면에서 광주요가 고집하는 고급화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조 회장은 “고급문화는 흔히 말하는 상류층들 사이에서만 소비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며 “상류층들의 문화가 시민들에게 전파되며 자연스럽게 사회 전체의 문화수준이 올라가는 ‘마중물’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광주요라는 브랜드의 미래, 나가고자 하는 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물음에 조 회장은 현재 자신이 원장으로 수년간 재임중인 서울 성북문화원에 대해 말을 꺼냈다.

그는 “성북구의 시민들에게 도자기를 만드는 법은 물론, 음식을 만드는 법, 음식에 대한 예법 등을 수년간 전파하고 있다”며 “이는 광주요라는 회사, 조태권이라는 개인보다는 시민이라는 풀뿌리를 곧고 강하게 키우는 것이 곧 우리나라 문화의 발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 회장은 “문화 발전에 대한 최고의 토양(土壤)은 고급 문화에 대한 경험에서부터 시작한다”며 “자신과 광주요라는 회사가 앞으로 할 역할은 가치있는 제품을 꾸준히 만들어 대중에게 제공하는 것은 물론, 종합적인 한국의 식문화의 경험을 제공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 코리아의 우승우 수석부장은 “광주요는 도자기로부터 시작해 음식과 주류를 넘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브랜드”라며 “본질적 가치와 디테일에 대한 집착,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급 문화를 소개하고 전파하는 국내 유일의 브랜드”라고 평가했다.



tiger@heraldcorp.comㆍ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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