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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샘솟는 역량으로 도전을 즐기죠”…열정으로 똘똘 뭉친 두 셰프
한 해에 국내에만 수천 명의 젊은 요리사들이 ‘셰프’의 꿈을 향해 뛰어든다. ‘최고’가 되는 길이 험난해 진 것은 요리계도 마찬가지. 그 속에서도 오랜 연륜 못잖게 젊음이 가진 ‘재기발랄함’, ‘도전정신’으로 묵묵히 능력을 인정받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마르코 메르(Marco mehrㆍ30) 셰프, 그랜드 하얏트 인천의 김은비 셰프(25)가 그 주인공이다. 직접 만나보니 소문대로 훈남과 얼짱 셰프다.

스위스 대표팀으로 활약한 바 있는 마르코 셰프는 현재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프렌치 레스토랑 파리스그릴을 책임지는 헤드셰프다. 김은비 셰프는 지난 3월 열린 ‘에스코피에 영 탤런트 트로피’ 세계 대회에서 아시아 대표로 참석, 2등을 하며 아시아권 대표로 최초 입상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나이를 무색케 하는 단단한 내공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들의 ‘꿈 많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마르코 메르 헤드셰프, 클래식(classic) 위에 모던(modern)을 얹다

도전을 좋아한다. 하고 싶은 것은 우선 경험해보고 판단하는 성격이다. 셰프의 길로 들어서기 전까지 세미 프로 스키 선수로 활동했다. 건축가가 되고 싶어 건축사무소에서 일을 한 적도 있었다. 마르코 메르 셰프는 그 과정에서 ‘요리사’의 길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따라서 어릴적부터 많은 시간을 주방에서 보냈어요. 외식을 할 때도 아버지가 해당 메뉴의 조리법에 대해 세세히 가르쳐주시곤 했죠. 6살 때 이미 주방 유니폼을 줄인 나만의 유니폼이 있었어요(웃음)”.

운이 좋게도 요리사가 되기에 최적의 조건에서 자란 그다. 하지만 오늘날의 그를 만든 것은 온전히 마르코 셰프의 노력이었다. 조리학교를 졸업하고 그는 미얀마, 방콕, 싱가포르, 두바이 등 유명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았다. 요리계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룩셈부르크 국제 요리 대회에서는 스위스 대표팀으로 출전해 챔피언을 거머쥐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에요. 맛은 전통적인 레시피가 중심이 돼야 합니다. 기본을 충분히 알고나서 그 후에 창의성있게 메뉴를 변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성이 경쟁력인 시대다.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내기 위해 특이한 식재, 새로운 조리법을 이용한 각종 신메뉴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마르코 셰프는 기본, 즉 클래식함(classic)함이 요리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통과 현대식 조리법을 적절하게 조합한 요리를 내놓은 것이 말하자면 그의 ‘스타일’인 셈이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돈 고우 크레이지(Don‘t go crazy)”, 즉 과하게 기본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것을 찾는다.

맛있는 요리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다. “내가 맛있는 것이 맛있는 요리”는 답이 돌아왔다. “제가 좋아하지 않는 요리는 되도록 하지 않는 편이에요. 밤이 그런 식재료 중 하나인데, 밤을 먹을 때 식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요리를 할 때 많이 쓰지 않아요.”

돌아보면 힘들었던 시간들이 가장 추억이 된다. 요리 대회에 참가할 때도, 주방을 책임지며 손님의 입맛까지 맞춰야하는 지금도, 쉽지 않은 시간이지만 모두가 ‘좋은 시간’이다. “저는 긍정적인 편이에요. 알고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보다는 적게 알고 시작할 수록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젊기 때문에 더 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제 꿈은 총주방장이 되는 것입니다.”



김은비 셰프, 접시에 맛과 화려함을 담다

현재 대학교 4학년인 김은비 셰프는 일주일에 이틀은 학교에서 시간을 보낸다. 배움의 길에 있는 그지만 현업에서는 이미 촉망받고 있는 ‘젊은 셰프’다. 지난 3월말에 열린 에스코피에 영 탤런트 트로피 세계대회에서 입상을 하기 전에도 그는 2011 이금기 요리대회 우승, 2012 한국 국제 요리 대회 1등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일단 저는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얻는 순간 자연스럽게 남들과 같은 길을 걷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빠른 시간안에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이 어려워져요. 그래서 스스로가 더 많은 도전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평범했다. 그는 어릴적 샘 킴, 최현석 셰프 등 스타셰프가 진행하는 요리프로그램을 보며 따라하고 친구들에게 요리를 대접하면서 요리의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공부한 것은 대학때에요. 고등학교때 조리고에 진학을 하려고 했는데 부모님 반대가 있었어요. 대학때도 요리가 하고 싶으면 그때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 부모님의 뜻이었어요.”

요리에 대한 열정은 입시때까지 이어졌다. 조리학과로 진학하고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웠다. 프렌치 메뉴를 주로 만들고 있지만 그는 아직 “나는 프랑스 요리를 합니다”라고 하기에는 어렵다고 했다. “프랑스 요리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반드시 프랑스 요리만 할 거야라는 것은 아니에요. 다양한 요리를 접하고 배우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입니다.”

군대보다도 더 혹독한 것이 주방이라 했다. 남성중심의 철저한 조직사회에서 ‘젊은 여성 셰프’로서 힘든 점은 없는지 물었다. 젊은 여성 셰프보다는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고민이 되돌아왔다. “사회 초년생이잖아요. 아직은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 하는 고민이 가장 커요. 내성적인 편인데 주방은 팀워크에요. 처음에 적극적으로 팀원들과 소통하는 게 조금 힘들었고 그런 부분을 바꿔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오는 11월, 그는 스페인 경제부에서 주최하는 6개월 간의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한국 유일의 참가자니 한국 대표로 참석하는 셈이다.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28살 전에 성공한 여성 조리인이라는 타이틀로 책을 꼭 내고 싶어요. 꼭 ‘성공한’ 여성 조리인으로요.”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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