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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年 54만명…오늘도 가출청소년은 거리를 떠돈다
청소년 쉼터 전국 109곳운영…공간·지원 태부족 제기능못해


5월 가정의 달을 앞둔 가운데 중고생 10명 중 1명은 가출 경험이 있다는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연간 54만명에 달하는 가출 청소년을 지원하는 거의 유일한 정부 지원 공간인 청소년 쉼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오히려 이곳저곳 쉼터를 떠도는 소위 ‘쉼터돌이’를 양산하고 있다. 가정 불화 등으로 집밖에 나앉은 청소년들을 정부와 사회도 보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9일 여성가족부ㆍ국회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전국 109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청소년 쉼터를 이용하는 가출 경험 청소년수는 2009년 24만5653명에서 2014년 54만2729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여성가족부 조사결과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중 1명이 가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가출 청소년을 지원하는 거의 유일한 공간인 청소년 쉼터가 제역할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청소년 쉼터.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쉼터에서 기거하는 입소인원도 같은 기간 9673명에서 올해 2만2471명으로 급증했다. 불황에 가족 해체 현상 등으로 집밖을 나서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5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지금까지 한 번 이상 가출을 경험한 중ㆍ고등학생은 전체 중고생의 11.0%에 달한다.

가출의 원인으로는 ‘부모님 등 가족 간의 갈등(67.8%)’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정에서 숨쉴 곳을 찾지 못해 길거리로 나서는 청소년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보듬고 쓰다듬어야 할 청소년 쉼터는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각각 다른 이유로 가출을 한 청소년들이 자신이 처한 문제에 대한 차별화된 관리와 지원을 받지 못하고 단순히 단기 쉼터(24시간∼7일 이내)를 떠돌아다니는 ‘쉼터돌이’ 현상이 나타나기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형식적으로 성(性) 구분만 있을 뿐 성폭력, 조건만남 등 성매매를 경험한 여성 청소년을 위한 쉼터는 전무한 실정이다.

최순종 경기대 청소년학과 교수는 “청소년 쉼터에 입소한 아이들 중에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 보호관찰 청소년,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피해 청소년 등 여러 유형이 있는데 오직 보호 기간에 따른 일시, 단기, 중장기 쉼터만 있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나치게 경직된 쉼터 운영 원칙은 가출 청소년들이 입소를 꺼리고 거리를 배회하도록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청소년들은 “간식을 실컷 먹을 수 없다”, “외출 제한 등 간섭이 심하다”, “오토바이를 못 타게 한다” 등의 이유를 들어 쉼터 입소 거부를 하고 있다.

조주은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정부는 미래의 소중한 인적 자원을 소중히 보살펴야 하는 만큼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피해 청소년, 학업중단 청소년, 심리적 손상이 커서 정신과적 치료와 상담이 요구되는 청소년 등을 위한 특성화 쉼터가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웅 기자/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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