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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데이터>지우고 싶은 딱지 ‘前 총리’…이완구 내년 총선에 정치인생 건다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모든 걸 잃을 위기에 처했다. 15대 국회의원으로 입문한 후 정치인생 20년, 정확히는 6908일만이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화려했다. 최연소란 수식어를 꿰차며 승승장구했다. ‘일인지하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까지 올랐지만 단 70일뿐이었다. ‘만인지하(萬人之下)’로 내려온 그에게 이제 선택지는 없다. 무혐의를 입증하고 내년 총선에 정치인생을 걸어야 한다. 4월과 함께 이완구의 봄도 끝났다. 70일 일장춘몽의 끝은 냉혹하다.

이 전 총리는 울었다. 쫓기듯 마련된 이임식에선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으로 믿으며 오늘은 여백을 남기고 떠나고자 한다”는 말만 남겼다. 몸도 편치 않다. 이 전 총리는 과거에도 혈액암 일종인 ‘다발성골수종’으로 투병한 적 있다. 총리직을 내려놓은 뒤 그가 가장 먼저 향한 곳도 병원이다. 몸도 마음도 상처뿐이다.

그는 1974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최연소 경찰서장, 최연소 경무관을 거치면서 1996년 15대 국회의원으로 정치인생을 열었다. 신한국당, 자유민주연합, 한나라당 등으로 옮기며 한때 ‘철새 정치인’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만큼 그는 정무적 감각이 남달랐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친화력이다. 당을 막론하고 적이 없단 평을 받았다. 충청권 출신이란 신분도 그가 국무총리직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이다. 친화력과 충청권, 이 전 총리의 이 두 무기는 이제 그의 정치인생을 위협하는 발목이 됐다. 충청권 인맥을 넓히면서 그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만났고, 그 선택은 모든 걸 잃게 만들었다.

이 전 총리의 공식 재산은 11억3067만원이다. 그가 성 전 회장에게 받았다고 의혹이 인 금액은 3000만원. 이 전 총리로 보면 ‘단돈’ 3000만원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3000만원에 그는 남은 정치인생도 걸어야 한다. 불명예를 씻고자 검찰 조사에서 무죄를 입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란 그의 마지막 항변은 여전히 물음표다. 당도 그에게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그가 기댈 곳은 없다. 검찰과의 외로운 싸움만 남았다.

‘전(前) 총리’는 예우의 상징이다. 역대 전직 국무총리는 ‘전 총리’란 이름만으로도 존경받는 여생을 보냈다. 역으로 그에게 ‘전 총리’는 지워야 할 오욕이다. 무혐의를 입증한다면, 그에게 남은 유일한 길은 내년 4월 예정된 20대 총선이다. ‘전 총리’를 지우고 ‘국회의원’이란 이름으로 돌아오기까지 정치인생을 건 이 전 총리의 처절한, 그리고 외로운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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