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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팔 지진] 경고무시ㆍ준비부족, 화(禍) 키웠다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진도 7.8규모의 네팔 강진으로 사망자가 3200명을 넘어선 가운데 미리 대비만 했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학계에서 이미 여러차례 지진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네팔 정부가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여진 가능성도 계속 제기되고 있어 지금이라도 추가 피해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네팔 지진은 주기적...경고 많았다=지진은 발생 시점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지만, 발생 가능성은 어느 정도 점칠 수 있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네팔지진기술국립 협회(NSET) 보고서를 인용 통해 네팔 지역에는 규모 8.0가량 되는 지진이 75년을 주기로 반복된다고 보도했다. 네팔에 지진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은 2500만년 전 충돌한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오늘날까지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충돌의 영향으로 두 대륙판은 매년 3.8~5.0㎝씩 이동 중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약 81년 전인 지난 1934년엔 규모 8.1의 지진이 에베레스트에서 남쪽으로 대략 9.6㎞ 떨어진 네팔 동부지역을 강타해 약 1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지난 1988년에도 같은 지역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해 약 1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지구물리학연구소의 파스칼 버나드는 “카트만두 남부 단층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며 여진이 앞으로 수개월 또는 수년 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단층 구조가 첫번째 지진으로 이미 약화됐기 때문에 여진의 충격은 훨씬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히말라야 지역에서 새로운 대지진이 올 것 가능성이 높으며 그 지진은 이번 것보다 강도가 훨씬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다음 지진은 진도 9가 될 수 있으며, 지금으로부터 몇년 안에 또는 2세기 안에 닥칠 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부실 건축ㆍ높은 인구 밀도 피해 키워=사망자가 1만 여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부실 건축과 높은 인구 밀도가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26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은 이미 예전에 네팔의 허술한 건축 규정으로 들어선 부실한 건물들로 강진이 발생하면 수천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캠브릿지대학교의 지구과학 학부 제임스 잭슨 학장은 “사람들은 죽게 만든 것은 지진이 아닌 건물”이라고 말했다. 네팔 정부는 건축 규정을 강화하려 시도했지만 빈곤과 극심한 저항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인구가 밀집돼 살다 보니 한 번의 재해에도 피해 규모는 한층 커질 수밖에 없었다. 카트만두 계곡의 인구증가율은 매년 6.5%에 이른다. 미국의 조사 결과를 보면 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인구 100만명당 10~30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나 네팔에서는 그보다 1000명이 더 많이 사망할 것으로 분석됐다. 지오해저드 인터내셔널(GI)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아시아 지역을 살펴보면 지진이 발생했을 때 네팔 카트만두에 사는 사람은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 거주자들 보다 9배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일본 도쿄에 비해서는 60배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의료시설 부족...사후 대응력도 부족=로이터 통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 인구 2800만명의 네팔은 2011년 기준 인구 1만명당 의사는 2.1명, 병상은 50개에 불과하다. 지난 2월 200개의 병상과 함께 문을 연 비르 병원의 트라우마 센터에서는 의사들이 환자들을 모두 돌보기 위해서는 1000개의 병상이 더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몸 곳곳에 상처를 입은 어린 아이들은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누워 있고 그마저도 차지하지 못한 환자들은 병원 밖의 텐트에서 간신히 몸을 가누고 있다. 환자들의 가족들은 음식과 물을 찾기 위해 사방으로 뛰어 다니고 있다.

31살의 아니타 덩가나씨는 “아버지가 제발 나를 병원 안에 머물게 하달라고 간청했다”면서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고 걷지도 못하는데 아무도 나를 검진하러 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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