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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 앞을 내다 본(?) 성완종 자서전…
2007년 낸 ‘새벽빛’에서 심경토로…“정치자금 언젠가는 밝힐수도…”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서전 ‘새벽빛’이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마치 지금의 ‘성완종 게이트’ 정국을 예견한 듯한 내용은 물론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 많은 돈을 뿌린 이유와 인생철학까지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행동이 마냥 떳떳한 것만은 아니라는 자조적인 변명도 곳곳에 나타나 여운을 던진다. ▶관련기사 3·11면

성 전 회장의 자서전 ‘새벽빛’이 발간된 것은 지난 2007년. 그는 불과 4년전의 참여정부 시절 검찰 소환 조사 당시를 회고하면서 “2003년 크고 작은 기업들이 정치자금 제공과 관련해 조사를 받을 무렵 나는 다시 검찰의 소환을 받아 곤욕을 치렀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 사안은 아직도 정치적 관계가 얽혀 있어 지금 이 자리에서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전제하고 “언젠가 계기가 되면 그때는 다 밝힐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결과적으로 자서전이 출간된지 8년만에 이같은 예고가 ‘성완종 리스트’로 현실화된 셈이다.

그는 검찰과의 악연이 시작됐던 지난 1982년 대검 조사를 받은 뒤 무혐의로 풀렸났던 기억을 더듬으면선 “솔직히 내 손이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었다”며 “다시 들어가는 일이 생긴다면 그때도 무사히 나올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이번엔 다시 나올 수 없다는 생각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성 전 회장이 이때부터 자신을 지켜줄 ‘바람막이’로 정치권과 금융계 유력 인사를 대상으로 좀 더 광범위한 금품로비에 나서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평소 가진 인간관계의 지론(持論)에 대해서도 기술했다. 그는 “나는 될 수 있으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늘 바란다”며 “사람을 만날 때 이해관계를 먼저 따지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했다.

또 “사람을 만나고 사귈 때는 길게 생각하고, 길게 봐야 한다”며 “사심 없이 만나다보면 언젠가는 자기도 모르게 그 관계 속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이 자서전의 추천사를 쓰기도 했는데, 여기서 성 전 회장을 “가장 힘든 좌절의 순간, 포기 대신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미지에 대한 도전을 선택한 기업인”이라고 평가했다.

IMF 사태 당시 대한건설협회 부회장이었던 성 전 회장은 건설업계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경제ㆍ금융 관료들도 적극 만났다고 했다.

공적 자금수혈을 위해 당시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 우병인 재경부 금융정책과장, 채수병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을 직접 찾아가 협상을 벌였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자신의 도덕성에 대한 자평도 나온다. 그는 “사업을 하다 보면 반드시 유혹이 있는데, 부정한 방법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려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면서도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모든 행동이 도덕 교과서나 종교적인 가르침에 비춰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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