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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고 톡!톡!] “헐벗은 몸짱모델 나가!” 설자리 잃어가는 섹슈얼 마케팅
[HOOC=서상범 기자]의류 브랜드 아베크롬비&피치(아베크롬비)를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티셔츠나 후드티 브랜드? 동양인이나 뚱뚱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옷을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이클 제프리스 전 CEO의 망언? 그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근육질 남성모델들의 노출이 떠오르실텐데요.

지난 2013년 10월 서울 청담동에 국내 첫 공식 매장을 열었을 때를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상의를 완전히 노출한 백인 남성모델들이 여성 고객들을 안아주는 이벤트를 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었죠.

앞서 지난 2012년에는 형제 브랜드인 홀리스터가 여의도 IFC몰에 입점하며 같은 이벤트를 진행했었죠. 

상의를 탈의하고 여성 고객들을 안아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던 아베크롬비 [사진=게티이미지]

당시 헐벗은 남성 모델들을 안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부 여성들이 도마에 오르며 지나친 섹슈얼 마케팅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셌습니다.

사실 아베크롬비는 이런 노출 마케팅으로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이는 지난 22년간 CEO로 장기 집권한 마이클 제프리스의 철학이기도 하죠.

그는 “아베크롬비는 몸매가 날씬한 멋진 20~30대 젊은이들에게 어울리는 옷”이라며 반라(半裸)의 모델들을 내세우는 것은 물론, 매장 내 판매 직원들에게까지 상의를 탈의한 채 손님을 응대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죠.

제프리스는 여기에 인종차별적 발언까지 서슴치 않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자신들의 브랜드는 체형이 열등한 동양인들이나 뚱뚱한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기 때문에 입지 않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죠.

이런 아베크롬비가 최근 더이상 섹슈얼 마케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상의를 제대로 입은 아베크롬비의 모델(사진=인스타그램 캡쳐)

아베크롬비는 “오는 7월 말부터 체형이나 신체적 매력을 보고 매장 판매사원을 선발하지 않을 것”이라며 “벗은 모델 대신 유니폼을 갖춰 입은 ‘판매대리인’(brand representative)을 매장에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쇼핑백이나 기프트 카드에 인쇄된 반라의 모델 사진도 교체하기로 했죠.

이러한 누드 몸짱 퇴출은 경영 부진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제프리스의 색깔을 지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말한대로 섹슈얼마케팅에 집중했던 그는 판매가 11분기 연속 감소한 데다 작년 이익이 77%가량 급감하자 이사회의 퇴진 압력을 받고 작년 말 회사를 떠났습니다.

차기 CEO 후보인 크리스토스 앤젤리데스 브랜드 부문 대표는 “매장 운영과 제품 구성이 지나치게 전임자의 입맛에 따라 운영돼왔다”면서 “앞으로 매장 직원들은 외모에 집착하기보다 의류 판매에 집중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런 아베크롬비의 행보에 대해 더이상 섹슈얼 마케팅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지적 수준과 기업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가 올라가고 있는 현실에서 막연한 노출 경쟁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이유죠.

최근 열린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서도 레이싱 모델들이 무대에 오르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죠.

상하이 모터쇼 등 중국 모터쇼는 여성 모델들의 노출 경쟁으로 유명한데요. 이번 조직위원회는 차가 주인공이 되는 모터쇼를 만들겠다며 아예 노출이 심한 레이싱 모델들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참가자들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그동안 모터쇼하면 차와 관련 기업 관계자보다는 레이싱 모델들이 마치 주인공인 마냥 관심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 어색했는데, 이번 모터쇼의 경우는 그 어느때보다 제품에 대한 집중도가 높았다는 평가입니다.

앞으로 이처럼 모델의 노출보다는 제품, 기업의 철학으로 승부하는 마케팅과 광고가 더욱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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