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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가 경찰이야?”…4년차 맞는 ‘지하철 보안관’의 명과 암
[헤럴드경제=이지웅ㆍ김진원 기자] 작년 12월 25일 밤 10시께 서울 지하철 5호선 왕십리역에서 시작된 취객의 난동은 다음 역까지 이어졌다. 연락을 받고 온 지하철 보안관 박상혁(35)씨가 취객의 팔을 붙잡고 객차에서 하차시키려 했지만, 돌아온 것은 “네가 뭔데!”라는 고함이었다. 박씨는 취객의 난동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경찰에 신고했다. 사태는 한양지구대 소속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한 뒤에야 종료됐다. 박씨는 “지하철 보안관은 사법권이 없기 때문에 난동을 피는 승객을 제지할 권한이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소속 한 지하철 보안관이 5호선 객차 안을 순찰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하철 보안관은 지난해만 성범죄 112건, 구걸 2491건, 노숙 9195건, 이동상인 2만3556건을 단속(훈방, 고발, 과태료 처분)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에 서울시는 지하철 보안관 수를 현재 225명에서 2018년까지 350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 지난 1월부터 ‘지하철 안전지킴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시민들이 신고하는 지하철 내 각종 문제상황이 실시간으로 지하철 보안관에게 전송되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제도 도입 4년차를 맞아 서울시가 지하철 보안관들에게 ‘지하철의 경찰관’ 역할을 본격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들에겐 경찰관과 같은 사법권이 없다. 이들은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인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소속의 무기계약직 직원이다.

이런 신분상의 애매함 탓에 지하철 보안관은 자주 위험에 노출된다.

실제로 최근 서울메트로 조사에 따르면 지하철 보안관을 포함한 전체 역무원 769명 중 절반이 넘는 55%가 최근 3년 새 승객으로부터 신체적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보안관 이정송(28)씨는 “지난달에 노숙인이 얼굴에 침을 뱉었는데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제압하는 과정에서 몸에 자국이라도 남으면 고소ㆍ고발이 들어온다”며 실제 그런 경험을 한 다른 동료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러다 보니 지하철 보안관에게 사법권을 부여하자는 법안도 2005년, 2012년, 2013년 세 차례나 발의됐다.

가장 최근인 2013년 12월 노웅래(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10명이 발의한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사법권 부여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하철 보안관은 “경찰관은 시험을 보고 공무원으로 임명된 다음에도 수개월간 교육을 받는데 우리가 이런 경찰과 똑같은 권한을 갖는 게 과연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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