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세계 각지에서 크고 작은 아트페어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9~12일 열린 댈라스 아트페어도 분위기가 뜨거웠다. 젊은 작가 휴고 맥클라우의 작품은 프리뷰에서 전 작품이 판매되는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줄줄이 매진됐다.
부자들의 아트 사냥 시즌이 본격화하는 때다. 다음 달 5월에는 최대 관심사인 베니스 비엔날레(5월6일~8일)를 비롯, 프리즈 뉴욕(14~17일), 아트 15 런던(21~23일)이 이어진다. 6월은 유서깊은 아트 바젤(6월18~21일)의 달이다. 컬렉터, 화랑, 작가 등 9만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주최 측은 예상하고 있다.
억만장자들이 노리는 사냥감은 특히 살아있는 작가들이다. 투자 수익률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일종의 재미, 도박심리가 작용한다. 특히 아트 페어는 스튜디오에서 막 나온 따끈따끈한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옥션보다 매력적이다. 가격이 형성된 옥션과 달리 1차 시장인 아트페어는 이름없는 작가부터 유명작가까지 수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가격도 천차만별에다 유동적이다. 예민한 감식안을 가진 이들에겐 더 없는 보물 창고라 할 수 있다. 더욱이 부자들을 위한 전시 프리뷰는 좋은 작품을 맘껏 선점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최근에는 각 아트페어 주최측들이 이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면서 손길을 뻗치고 있다. 아트 페어가 슈퍼리치들의 사교장이자 사냥터가 된 지는 오래다. 이는 최근 미술작품 투자 실적들이 보고되면서 슈퍼리치들이 고무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에 투자하는 게 S&P 500의 수익률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억만장자 중 상위 10위 아트 컬렉터들이 미술작품에 순 자산의 18%를 투자하고 평균적인 억만장자가 순자산의 5%를 투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최근 작품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일부에선 거품이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격 상승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점에서 투자 신중론도 제기된다. “언젠가 음악은 멈추고 누군가는 앉을 의자가 없게 될 것”이라고 소더비 출신의 미술전문가 토드 레빈은 지적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