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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내일은 슈퍼리치!-혼자 즐기려 만든 헤드셋…세계인에 ‘가상현실’ 선사
⑫ 가상현실 헤드셋 제조업체 ‘오큘러스’ 창업자 23세 팔머 러키
[슈퍼리치섹션] ‘이것’을 머리에 쓰는 순간 눈 앞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갑자기 주변이 해변으로 변해 한가롭게 여유를 만끽하게 하거나 오싹한 공간에 혼자 남겨진 채 공포에 떨게 만들기도 한다.

최근 IT산업의 새로운 경쟁분야로 떠오른 ‘가상현실(VRㆍVirtual Reality) 헤드셋’은 이런 영화 같은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 놓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19살 평범한 학생의 상상력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 주인공은 세계적인 가상현실 헤드셋 제조업체 ‘오큘러스 VR(Oculus VR)’의 창업자 팔머 러키(Palmer Luckeyㆍ23)다. 그저 본인이 갖고 놀려고 집에서 뚝딱뚝딱 만든 것이 이젠 전 세계인들의 ‘차세대 장난감’으로 주목받고 있다.


▶머리에 쓰는 순간 눈 앞에 피라미드가=러키가 개발한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는 타사 제품보다 가볍고 시야의 폭이 넓다는 강점 덕분에 가상현실 헤드셋 시장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사각 헤드셋을 머리에 착용하고 고개를 전후좌우로 돌려도 눈 앞에 가상세계가 360도 완벽히 구현된다. 마치 진짜 현실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스마트폰으로 여러가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듯 가상현실 헤드셋 한 대만 있으면 다양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체험이 가능하다. 오큘러스의 헤드셋은 애초의 게임용 도구를 넘어 이제 교육, 의료 분야로까지 쓰임새를 넓히고 있다.

가령 이집트 피라미드에 가보지 못한 학생들은 이 헤드셋을 쓰기만 하면 교실에서 곧바로 피라미드로 현장학습을 떠날 수 있다. 외과수술을 앞둔 의사들은 이 기기를 쓰고 가상의 수술실에서 연습할 수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지난 해 대중이 아닌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선보였음에도 20만대 넘게 팔릴 만큼 이미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다. 러키가 불을 지핀 가상현실 시장에 삼성과 구글, 소니 등 글로벌 IT기업들도 속속 진출하면서 앞으로 가상현실 헤드셋이 스마트폰처럼 대중화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지난 17일, 글로벌 게임개발자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러키는 “대여섯 개의 거물 기업이 참여하면서 그만큼 가상현실 시장의 실패 가능성이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다.

오큘러스의 가상현실 헤드셋 착용 모습. [사진=오큘러스VR 홈페이지]

▶영화 ‘매트릭스’가 선사한 가상현실 세계에 매료=러키는 유독 어렸을 때부터 닐 스티븐슨의 공상과학 소설과 일본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지냈다. 또한 비디오 게임광이었다. 학교 교육 대신 어머니로부터 홈스쿨링을 받은 그는 컴퓨터를 조립하고 비디오 게임 콘솔을 만지며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바깥 활동을 좋아하는 동생들과 달리 러키는 집에서 각종 기기들만 손에 쥐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는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러키의 특성을 잘 알았던 부모는 오히려 아들의 취미활동을 적극 독려했다.

1999년 가상현실 세계에 놓인 인간의 운명을 그린 영화 ‘매트릭스’를 보고 러키는 처음으로 가상현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 기기들을 수집했다. 평소 고장난 아이폰을 수리하고 되팔아 모은 용돈을 여기에 요긴하게 썼다. 하지만 이 기기들로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가상현실 게임을 구현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집 차고에 틀어박혀 직접 제작에 몰두한 러키는 마침내 2011년 19살에 첫 가상현실 헤드셋을 개발했다. 혼자 갖고 놀 게임기를 만들려고 시작한 일이지만 점차 러키의 작업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과 2012년 오큘러스 VR을 세우고 사업에 나섰다. 다니던 대학도 그만둘 만큼 열의를 보였다.

팔머 러키(왼쪽)는 옷차림도 저커버그와 닮아 있다. 그는 신발 대신 맨발 혹은 슬리퍼를 선호한다. 세상과 더 긴밀히 교감할 수 있다는 이유다. [사진=위키피디아]

▶저커버그 손잡고 2조원 잭팟=2014년 3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CEO)가 생긴 지 2년도 안 된 오큘러스 사무실에 찾아왔다. 저커버그는 러키에게 오큘러스 매각을 제안했다. 러키는 당초 팔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몇주 후 저커버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인수액이 무려 20억 달러(약 2조1600억원)로 알려지면서 ‘페이스북의 돈놀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저커버그는 1990년대 인터넷, 2000년대 스마트폰에 이어 가상현실이 IT산업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보고 오큘러스를 꼭 품에 넣고자 했다.

러키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 구글 등은 오큘러스를 단지 그들의 사업확장 도구로만 봤다”며 거대 기업들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페이스북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31살의 저커버그와 그보다 8살 어린 러키가 손을 잡으면서 그렇게 세계가 주목하는 두 청년 기업인들의 만남은 성사됐다. 두 사람은 똑같이 스무 살에 각각 페이스북과 오큘러스 VR을 창업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별로 튀지 않는 수수한 옷차림도 닮아 있다.

한때 차고에서 작업하던 러키는 이제 페이스북 본사 맨 꼭대기층에 자신만의 방을 갖게 됐다. 저커버그는 인수 후에도 오큘러스 사업은 러키에게 맡겨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존경하는 기업가는 엘론 머스크와 피터 틸=평소 검소하기로도 유명한 러키는 페이스북으로부터 받은 매각대금으로 큰 맘 먹고 12만달러(약 1억3000만원)짜리 테슬라 전기차를 ‘질렀다’. 테슬라는 엘론 머스크가 창업한 기업이다.

러키는 “머스크는 내 돈을 쏟을 만한 가치가 있는 대단한 사람”이라며 “테슬라는 정점에 달한 미국의 공학 수준을 보여준다”고 치켜세웠다.

실제로 리키는 머스크와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을 자신의 우상으로 꼽는다. 우주사업을 벌이는 머스크와 인간의 불로장생을 위해 거액을 쏟는 틸, 이 두 사람의 상상력과 야망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러키는 “요즘 사람들이 존경하는 인물은 정치인이 아니라 회사를 세운 기업가”라며 “특히 머스크와 틸, 저커버그 같은 자수성가 기업가들이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생전의 스티브 잡스는 지난 50년간 어떤 대통령보다도 더 높은 추앙을 받았다”며 기업인의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을 강조했다.

일찍이 기업가의 길에 들어선 러키도 무궁무진한 상상력으로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할 준비를 하고 있다. 가상현실 속에서 냄새를 맡고 물체도 만질 수 있는 촉각까지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제 겨우 23살인 그의 상상력과 야망만 놓고 봤을 때 앞으로 자신이 존경하는 머스크나 저커버그와 같은 대열에 서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지 않는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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