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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미국 세븐일레븐을 집어삼킨 사나이, ‘이토 마사토시’
[코리아헤럴드=슈퍼리치섹션 김지현 도쿄특파원] 너무나 전형적인 미국기업이었던 세븐 일레븐(7-Eleven)을 통째로 삼킨 이가 있다. 바로 일본 사업가 이토 마사토시(伊藤 雅俊)다. ‘이토 요카도’(イトーヨーカドー ト)라는 슈퍼마켓 체인점을 세워 현재는 명예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미 나이가 아흔이 넘었다. 최근 일본 편의점업계는 고령인구를 향한 실버마케팅도 한창이다. 하지만그는 일찌감치 이를 간파하고 실버시장에 집중했다. 세븐일레븐이 편의점 천국 일본에서 1위 회사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이토 마사토시의 혜안이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이토 마사토시

▶피터 드러커의 절친, 이토 마사토시=젊은 시절 이토 회장이 걸어온 길은 분명 남다르다. 이토 요카도의 성공도 그렇지만, 미국 텍사스에서 터를 닦은 세븐 일레븐 지분을 매수해 일본 기업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지분을 매수한 후 이토 회장은 2000년대에 ‘세븐 앤 아이 홀딩스’(Seven & I Holdings)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해 세븐 일레븐 재팬(7-Eleven Japan)과 이토 요카도 등 여러 리테일 브랜드를 운영해왔다.

일본에서만 세븐 일레븐의 매장 수는 1만개에 이른다. 이밖에도 한국에서는 사라졌지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 요식업 데니스 (Denny’s) 등 1000개가량의 크고 작은 사업체들이 ‘세븐 앤 아이 홀딩스’에 속해 있다.

현재 회사 지분의 30%이상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소유하고 있으며, 이토 회장의 지분율은 1.8% 정도이다. 그의 총 자산은 약 30억달러(약 3.3조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 이토 회장이 유명세를 타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세계적인 경제 석학인 2005년 타계한 고(故) 피터 드러커 (Peter Drucker)와의 친분 관계 때문이다. 서로를 친한 친구인 ‘절친’이라고 말했던 막역한 사이의 두 사람. 드러커 교수는 이토 회장의 성공에 대해 “늘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면서도, 크게 욕심내지 않는 기업가 정신으로 이토록 위대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토 마사토시(왼쪽)와 피터 드러커 교수

그런 이토 회장은 드러커 교수가 재직하던 미국 클레어몬트 대학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경영대학원에도 초기자금을 투척하는 등 우정을 과시한 바 있다. 거듭된 지원에 현재 동 대학원은 두 사람 모두의 이름을 따 “Peter F. Drucker and Masatoshi to Graduate School of Management”로 운영되고 있다.

이토 회장이 세운 세븐 일레븐 재팬은 현재 약 100여개국에 진출해있으며, 최근에는 UAE에서도 러브콜을 받아 올여름 두바이에 1호점을 낼 예정이다.

▶집앞 편의점에 양로원이 있다면…본격적으로 실버 시장에 뛰어든 일본 편의점=일본에서 굳건히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세븐 일레븐의 장기적인 성공 뒤에는 소비자 트렌드를 읽는 정확한 시각이 있었다. 지난 몇 년간 일본 기업들이 주시해온 변화는 본격적인 고령화다. 최근 일본 편의점에 부는 실버(Silver) 바람도 이 때문이다.

세븐 일레븐 자체 통계에 따르면, 1999년 당시 14%에 불과했던 50세 이상의 고령자 고객의 비율이 지난 2013년에는 이미 30%로 급증했다. 또 온라인이나 전화상으로 주문한 도시락을 집에까지 배달해주는 세븐 밀(Seven Meal) 서비스의 회원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60세 이상의 고령자로 집계됐다.

이처럼 편의점은 더 이상 젊은이들이 간단하게 한끼를 때우거나 어린아이들이 간식거리를 사러 오는 것이 아니다. 이에 일본 편의점들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쇠약한 노인들을 위해 배달 서비스는 물론, 미니 양로원과 간호원을 갖추고 있는 일체형 매장을 내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점포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더 고급스러워진 것은 물론, 넉넉한 고객용 주차장을 겸비하는 등의 변화도 꾀하고 있다. 

일본 세븐일레븐 매장

지난달 일본 제 2대 편의점 체인업체인 로손은 “케어 매니저”가 상주하는 편의점 점포를 내기 시작했다. 유료 양료 시설을 갖춘 이 매장은 케어 매니저가 고령의 고객들의 건강 상태 등을 상담해주며, 목욕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점포의 크기도 일반 매장보다 크고, 상품은 간호식이나 성인용 기저귀와 건강식품 등 고령자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제품 약 4000개 종류를 갖추고 있다. 타마츠카 게니치 로손 대표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와 같은 케어 매장을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2017년 말까지 30개 가까이 점포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손은 최근 배달 서비스에도 뛰어들었다. 로손은 지난달 일본 최대 택배업체인 SG홀딩스와 손을 잡고 편의점 주변 500m 이내 지역의 주민들에게 무료로 배달을 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하고, 2017년까지 1000여개의 매장에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패밀리 마트도 3년 전 약국을 겸한 약국 일체형의 편의점을 냈으며 현재 전국의 약국 16개사와 제휴 관계를 맺고 이런 약국 일체형 점포를 2018년도까지 1000여개로 늘릴 계획이다. 일본 고령화의 흐름속에 아흔이 넘은 이토 마사토시가 세븐일레븐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주목된다.

jemmi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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